티아☆푸딩케잌 하우스! #20

 


# 20


“아, 그러고 보니 너희들 아는 사이였니?”

“응, 같은 반 친구야.”

“예, 친구에요.”

“호오, 시영아, 어쩜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냐? 하하하”

“후후후! 그러게! 나도 내 딸이랑 지영이가 친구일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는데?”


보통 같은 지역에서 살고 같은 지역에서 일을 하면 그 부모의 자식들이 같은 학교에서 만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것입니까.

…라고 태클을 걸고 싶지만, 딱히 내 무덤을 파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화제로 넘어가는 순간에 굳이 끼어들어서 초를 치는 것은 철호 같은 바보나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는 뭐하고 지내는 거야? 여전히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는 거야?”

“어머, 얘는? 너도 진짜 둔탱이다, 내가 ‘간호사’가 된 게 몇 년 전 이야기인 줄 알아? ‘간호보조원’은 옛날이야기라고? 아, 내가 간호사 됐다고 신나서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자랑하고 다녔을 때 너한테도 전화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하하, 그랬나? 분명히 일한다고 바빠서 못 받았었겠지.”

“아냐, 그때 너 전화 받았었어. 내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허허허, 넌 쓸데없는 곳에는 기억력이 정확하구나.”

“호호호 이 얘가 간땡이가 부었나? 맞아 죽을 라고 아무 때나 농담을 걸어~?☆”


보기만 해도 듣는 사람이 난감해지는 대화를 보고 있는 가운데,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햄버거를 가져와 내 옆자리에 앉는 유진이가 방긋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와하하, 지영아 우리엄마랑 너희 아빠가 아는 사이인 줄은 몰랐어.”

“그, 그러게 말이야….”


가시방석에 있는 기분으로 창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 쪽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그다지 기뻐할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시영언니가 아버지의 친구라면, 게다가 유진이의 엄마라면 까딱 잘못하면 순식간에 요 몇 개월간 덮어둘 수 있었던 나의 ‘여자로서의 삶’이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하하하 유진이라고 했니? 이 아저씨가 너희 엄마 소꿉친구란다.”

“죽마고우라고 해봤자 사회생활 시작한 뒤로 간간히 전화로 연락하는 것 빼고는 거의 만나지도 않았지만 말이야.”

“그거야 어쩔 수 없잖아. 경찰 신입때는 상관 비위맞추느라, 병아리 같은 자식새끼들이랑 여우같은 마누라랑 비비적거리느라, 강력반 됐을 때는 일하느라 바빠서 연락할 시간이 없는데.”

“하긴, 그 맘 이해해. 나도 남편 있을 때는 남편이랑 비비적대고 유진이 키우느라 바빴지. 직장은 둘째 치고 말이야.”


아니, 보통 직장을 첫째이유로 들고 가정 사정을 둘째로 치는 거 아니었습니까?

직장을 둘째친다는 발언은 뭔가 좀 위험해 보이는데요.


…아니, 그만큼 달달한 집안이라는 건ㄱ? 어라? 잠깐, ‘남편 있을 때는’은 또 무슨 소리지?


“그래, 재혼은 생각해 봤어?”

“응, 유진이도 원하고 말이야…그런데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


헤헤 하면서 나이에 맞지 않게 혀를 쏙 내미는 시영언니. 아니, 지금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유진이 덕분에 슬슬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부담이 오기 시작한다. 얼굴은 굉장한 동안이지만, 결국 나이 40대 초반의 아줌마라는 소리 아닌가.


이제 슬슬 아줌마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어디 노리고 있는 남자라도 있는 거야?”

“당연하지!! …문제는 이게 좀 숙맥이라는 건데.”


와글와글 신나게 한참 수다를 떨고 계시는 두 사람에게서 은근 슬쩍 떨어져 나와, 유진이에게 일부러 신호를 보내 끌어들인다. 아직 햄버거를 입에 물고 있는 유진이는, 버거를 우물우물 씹으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할 말을 기다린다.


“우리 아빠랑 너희 엄마랑 아는 사이일 줄은 정말 몰랐네? 에헤헤”

“응, 우리 엄마도 되게 특이한데, 너희 아빠도 개성이 넘치시는 분이네.”


…유진이에게서 직접 들으니까 더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


아버지와 시영언니가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테이블에서,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되도 않는 변명으로 자리를 이탈한 나는 점보버거의 건물 구석에서 숨어 어떻게 하면 유진이와 저 두 사람을 떼어놓을까 안절 부절을 하다가, 의외의 인물의 등장으로 더욱 난감해져버렸다.


“오, 지영아! 여기서 뭐해?!”

“쉬, 쉬잇!! 조용히 해!!”


황급히 철호의 가벼운 주둥이를 틀어막았건만, 철호의 목소리를 들은 유진이가 바로 반응을 하며 내가 숨어있는 곳에서 홀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 철호를 발견한다.


“아, 철호네?”


젠장 망했다…!!

머릿속에서 임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철호가 이 사이에 끼어들음으로 내 정체를 알만한, 떠벌릴 만한 인물들이 모조리 모여 버린 것이다.


“요! 유진아, 뭐하고 있는 거야?”

“뭐하고 있냐니? 보면 몰라?”


철호 덕분에 어쩔 수 없이 건물 구석에서 나와야 했던 나는 가시방석이 아니라 전기의자에 앉아있는 것처럼, 백지장같이 새하얗게 탈색 된 얼굴을 하고 앉아있었다.

여기서 잘못해서 ‘나’에 대한 화제가 떠오르면 심각한 일이 발생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지영아, 유진아. 걔는 누구니?”


신나게 시영언니와 수다를 떨던 아버지가 쓸데없는 인간 A인 철호에게 관심을 가지시자, 시영언니도 따라서 철호에게 눈을 돌린다. 덕분에 시영언니와 눈을 마주친 철호가 어이없게도 언니에게 껄떡대기 시작했다.


“누나라고 불러도 될까요?!”

“푸큭!!”


물론 시영언니의 ‘딸’인 유진이는 마시던 콜라를 도로 뿜을 뻔한 걸 참고, 애써 웃음을 인내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운데, 시영언니의 상냥한 미소가 철호의 눈을 마비시켰다.


“착한아이구나. 누나는 기뻐요.”


…………아, 바보의 바보기운이 바보같이 상승한다.

덕분에 웬만하게 웃기지 않은 이상 웃을 수 없는 나조차도 바보를 향한 동정의 웃음을 참느라 한없이 인내해야 했다.


“그렇다면 바로 연인을 향한 계단에 올라도 되는 거죠?!”

“으응, 안 돼. 철호군의 그 덜 익은 살구주머니는 이 누나가 취하기에는 너무 싱싱해.”

“한마디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라는 말이지 소년.”


으악!! 살구주머니래!! 으아아악--!!


“풉흐-푸하하하하하-!!!”

“큭! 꺄하하하하하-!!”


결국 아버지의 보충으로 시무룩해진 철호의 모습에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다가 의자에서 굴러 떨어진 나와 유진이. 유진아, 이건 돈 주고도 못 볼 일이야!!


하하하하-!! 악! 엄마 나 죽어!! 푸하하하하하-!!


“그래서 넌 여기 왜 온 거냐?”

“그야 뭐 내 여자 친구 보러…푸억?!”


순간 철호의 복부에 유진이와 나의 더블 크러셔 펀치가 작렬한다.

고통을 감추지 못하는 철호는 그대로 자리에서 주저앉아 부들부들 떠는 가운데,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능글맞게 웃고 있을 뿐이다.


지금 니 눈앞에 어떤 분들이 있는지 좀 생각을 하고 지껄이란 말이다!

…어라? 잠깐, 왜 유진이도 이 바보를 때리지?


“…어라아~? 유진아, 왜 얼굴이 빨개?”

“어, 엄마…!!”


아, 최근 들어서 철호가 나를 따라다니는 일이 적어졌었는데, 그 이유가 유진이었나.

시영언니의 도발에 넘어간 유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상황을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러고 보니까 최근 철호가 날 따라다니는 일이 적어졌었는데, 유진아 혹시….”

“응, 맞아. 저 바보가 나보고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면서 졸졸 따라다니잖아.”

“나쁜 놈은 아니잖아? 그냥 알포 사서 먹여.”

“내가 미쳤니? 우리집은 개 못 키워.”


“어째서 난 언제나 애완동물취급입니까….”


여전히 충격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있는 철호가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철호야. 넌 그냥 유진이나 따라다녀라.






오랜만의 가족상봉으로 식구들이 기뻐하는 가운데, 평소보다 일찍 피로가 찾아온 나는 영양제를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신 뒤 침대에 누워, ‘티아’가 되어 우진이의 집에서 깨어났다.

즐겁기는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정신적인 피로를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힝~ 양화야 그러지 말고!! 부비부비 하자!!”

“으-싫어! 저리가! 음화 너 징그러!”


어째서인지 오늘은 내 몸을 관리하지 않고 나를 따라온 양화를 외롭다는 이유로 꼬물꼬물 기어 나와 끌어안고 부비부비를 하려고 달려드는 음화.


우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소미는 또 잠들어있다며, 마침 외로워서 죽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고 스스로 설명하며 양화를 끌어안기 위해 책상위에서 빙글빙글 끝도 없는 추격전을 벌인다.


그리고 더불어 그런 음화가 싫다는 듯 질색을 하며 도망가는 양화가 필사적으로 나를 부르며 도움을 청하지만, 나른하다 못해 피곤한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함-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졸리지….”

“후이-히이- 몰라. 나도 ‘저쪽’에 있는 누나 몸이 관리하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게 내버려두고 이쪽으로 왔어.”

“냐아~양화 부드러워-♡”

“히이-! 징그러워! 저리 떨어져-어-!”


결국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음화에게 잡혀있는 양화는 열심히 달라붙는 음화를 밀쳐냈지만, 진드기마냥 들러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음화의 모습에 결국 포기한 양화가 몸에 음화를 매단 채(?) 무거운 몸을 질질 끌고 와, 축 늘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걱정해준다.


“누나? 왜 그래?”

“움직이기 싫어….”


나른하다면 나른하고, 피곤하다면 피곤하다.

늦은 오후부터 갑작스럽게 내리기 시작하던 보슬비가 점점 굵어지는 가운데, 내 몸도 마음도 눅눅해져서 축 늘어지고 있었다.

“누나, 어디 아픈거 아냐?”

“아니, 아픈 건 아닌데 졸려….”

“언니, 어디 아파?”

“…………너, 내가 대답할 때 어디서 뭐 했니….”


양화의 질문에 대답하기가 무섭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 음화에게 여차하면 물어버릴 기색으로 으르렁 하고 화를 낸다. 하지만 화를 내는 것뿐이다.

때려주고 싶어도 움직이기가 싫다.


솜에 물을 먹인 듯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미 잠들어있는 소미의 곁으로 다가가 옆자리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들려고 하는데, 때마침 집으로 돌아오는 우진이가 밝은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얘들아, 나왔어.』

“냐아앙-!! 우진아아앙~♡!”


우진이의 목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찰싹 붙어있던 양화에게서 떨어져 우진이에게 달려가는 음화, 저 꼴을 보고 있자니 왠지 속이 뒤틀리지만,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어 그저 속으로만 분을 삭일뿐이다.


“엑?! 그게 뭐야?”

『미야앙-!』

『끄응, 끄으응….』


그리고 거실로 들어선 우진이는 비에 푹 젖은 몸으로, 그 품에는 안겨있는 것은 빗물에 푹 젖은 새끼고양이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지, 그 크기가 나보다 작은 그 새끼고양이와 강아지는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두 마리가 같은 곳에서 버려져 있더라고…아하하하….』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훔치던 우진이는, 반대하는 사람도 없건만 이것저것 쓸데없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사정을 듣고 보니,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는 하나였던 박스가 두 개로 늘어나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강아지가 있었다. …그 말이다?


나는 자신보다 더 작은 새끼고양이에게 달라붙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강아지를 보며, 우진이가 되게 충동적인 녀석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껴버렸다.


『알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아무도 찾아가지 않으니까… 내버려 두면 죽을 것 같아서 말이야.』


말은 그렇게 했어도, 처음부터 데려올 작정이었던 것인지, 그다지 젖어있지 않은 강아지, 고양이와 새끼고양이용 고양이 우유, 우유병, 그리고 작은 종이상자마저 가져온 그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우으, 오빠아? 오빠 왔어?』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 소미는 비틀비틀 걸어가다가 우진이의 다리에 기대고 꼬박꼬박 조는 소미는, 이내 우진이가 보여주는 작은 생명들을 보고 금세 활기를 되찾는다.


『응, 소미야. 이것 봐라.』

『와아-!! 고양이랑 강아지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소미는 행동하나하나가 깜찍한 게 꼭 병아리 같다.


기특하게도 섣불리 아가들을 만지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그란 눈으로 새끼들을 구경하는 소미와, 작은 종이상자에 수건을 담아서 가져오는 우진이. 나도 내가 무언가 할 일이 없을까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조그마한 내가 할 수 있는 것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언니 무능해.”

“시끄러!”


음화의 뺨을 잡고 마구 잡아당겼다.


『아, 먹는다.』

『와아-!!』


나라고 별반 다를 것 없지만, 이미 잠이란 잠은 다 달아난 것인지 우진이가 따스하게 데운 우유를 새끼고양이가 먹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는 소미,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새끼강아지의 부드러운 털에 매달려서 비비적거리는 음화와, 강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양화가 있다.


나는 양화를 도와 강아지가 우유를 제대로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쪽에 속했다.


『자, 이거 먹어봐, 고양아.』

『니아아…!』


마침 소미가 강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싶다며, 양화와 나에게서 우유병을 빼앗아 강아지에게 먹이는 동안, 우진이가 우유를 데우러 갔던 사이에 떨어졌던 체온으로 인해 오들오들 떨던 새끼고양이가, 이내 우진이의 품에서 안정을 되찾으며 우유병의 꼭지를 물고 꼴깍꼴깍 삼키는 모습을 보았다.


『옳지, 잘한다. 그렇게….』

-두근

“………….”


비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옷을 갈아입은 우진이가 능숙하게 새끼고양이를 다루는 모습을 보던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뜬금없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요상한 망상을 지워버렸다.


생각할수록 민망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망상이었다.

물론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부끄러운 망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무슨 날이야? 양화가 집에 있네.』


한동안 고양이에게 정신이 팔려있던 우진이는, 소미가 돌보는 강아지를 보던 중, 소미의 양 옆에 앉아있는 음화와 양화를 번갈아 가면서 보다가 이내 양화에게 말을 걸어온다.

하긴, 나라도 이런 상황에서 양화의 존재 유무를 알아 채는 건 오래걸리겠지만 말이다.


“응? 응, 누나한테 허락 받고 왔어.”

『누나? …아, 그 지영이인가 하는 애 말이야?』


양화의 대답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간신히 ‘내 이름’을 떠올리고 말을 하는 모습에 왠지 화가 났다. 아니, 은근히 화가 났다.

분명히 양화에게서 ‘현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이야기’를 바로 자기 귀로, 그리고 내 앞에서 들었을 텐데, 아무것도 아니라는 정도도 아니고 아예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니…!


그때 그렇게 애써서 둘러댄 거짓말이 이렇게 허무하게 잊혀 질 줄 알았으면 그때 그렇게 머리를 싸매며, 만약 우진이에게 들켰을 경우에 대비한 변명을 지어내지 않았을 텐데!!


…물론 막상 우진이와 대화를 할 때는 모두 까먹어서 한마디도 벙긋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응, 누나가 오늘 혼자 있고 싶다고 해서…누나를 혼자 있게 해줄 겸, 형 집에 돌아온 거야.”


거짓말이 말 그대로 청산유수같이 매끄럽다.

지금의 나는 ‘저쪽’의 내 진짜 몸과 별다른 관계가 없는 ‘티아’이기 때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다. …저 바보에게 어떻게 성질을 낼 수가 없어서 속으로만 분을 삭인다.


두고 보자, 날 공기 취급한 복수해줄 테다. …꼭!


“……….”

“오이? 언니, 왜 그래?”

“………….


순간 내 분위기가 변한 것을 알아 챈 것인지, 옆에서 알짱거리며 내 신경을 자극하는 음화를 무시하고, 말없이 강아지의 배에 난 부드러운 솜털을 쓰다듬는다.

덕분에 무시당했다고 양 뺨을 ‘뿌우’하고 불리는 음화가 있었지만 말이다.


“…뿌우?”

『응? 음화 언니, 티아 언니 왜 그래?』

“언니 삐졌어? 왜 그래?”


소미도 내 온도가 바뀐 것을 알아차렸는지 곁에서 걱정해주는 가운데, 유일하게 내 기분을 알아채고 있는 양화가 음화를 끌고 우진이에게 붙여버린다.

오늘만큼은 얄미운 양화가 이리도 고마울 수가 없다.


아까 양화가 우진이에게 한 거짓말 그대로 정말 혼자 있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아, 얘들아, 이거 봐. 새끼고양이가 걷는다!』


그 순간이었다. 무엇하나 물어보지 않고 고개만 갸웃거리며 나를 내려다보는 소미가 강아지에게 우유를 먹여주는 가운데, 이쪽의 기분은 모른 채 들떠서 작게 속삭이는 우진이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오고,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에는 새끼고양이가 있었다.


『냐아-!』

“꺄아! 귀여워!!”


타박타박, 비틀거리면서도 소리도 나지 않게 조용히 이쪽으로 걸어오는 새끼고양이.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온 새끼고양이가 그 작고 초롱초롱한 검은색의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니아아-!』

-포옥!

“에…?”


여전히 젖병을 빨며 누워있는 새끼강아지의 배에 몸을 바짝 가져가며, 몸을 기대오는 새끼고양이. 덕분에 강아지의 배 옆에서 앉아있던 나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강아지에게 안긴 듯 한 자세가 되고 말았다.


『아, 아으…귀여워….』

『소미야, 이제 우유병 놔줘도 돼.』


강아지와 고양이 사이에 끼어있는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귀엽다’를 연발하는 소미와, 이유 없이 그 사이에 끼어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우진이.


“저, 저기, 얘들아, 나 어떻게 ㅎ….”

『미안, 티아. 걔들 좀 부탁할게.』

『응, 부탁해 언니.』

“아우우, 음화도 그 사이에서 자고 싶다….”

“쉿, 조용히 해 음화.”


“얘, 얘들아….”


아무래도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나 보다.

나는 배부르게 밥을 먹고 금방 잠이 들어버린 이 두 새끼동물들이 깨어날까 봐 소리도 내지 못하며, 그 사이에서 새끼동물들과 나란히 누워야 했다.


『아무래도 티아 너는 애기들이랑 같이 자야 할 것 같아.』


따듯한 온기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어찌하지 못하고 곳 몸을 웅크려, 고양이의 옆구리로 파고든다. 새끼 고양이와 강아지 특유의 젖 냄새와 콜콜한 발 냄새가 났지만, 그래도 좋다.


따듯하고 부드러워서 좋아 죽을 것 같아.


그렇게 아버지가 오래간만에 집으로 돌아오신 그날,

우진이네는 새 가족이 둘 늘었다.



by Sourjelly | 2009/07/18 10:16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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