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푸딩케잌 하우스! #19

 


# 19


복부를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명환이의 귀를 잡아당기며 질문했다.


“너, 니가 왜 맞았는지 알고 있지?”

“으따…모, 모르겠는데….”


눈물을 쏙 빼면서도 자신이 안고 있는 그 빨간 튤립다발을 놓지 않은 채, 대답하는 이 명환, 정말 최저에다가 최악의 바보다. 아니, 이건 철호보다도 더한 녀석이다.

도대체 생각이란 게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연애라고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나이지만, 이런 나라도 분명히 할 수 있는 ‘기본상식’이라는 녀석을 이 머저리에게 심어주기 위해, 나는 명환의 귀를 내 얼굴 가까이까지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도련님 절 처음 만났을 때 소녀에게 무슨 시도를 하셨죠?”

“…………….”

“도련님이 고백하기 전까지 소녀는 조금 전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점심, 먹으려고 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도련님은 이곳이 고백이라는 걸 하기에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세요?”

“…열린 공간, 공원…이잖아, 아주 딱 좋은 곳…으따따!! 귀 잡아당기지 마!!”


순간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화를 참지 못하고 강하게 귀를 잡아당기자, 명환이가 비명을 지른다.

물론 명환이가 고백하는 순간부터, 내가 이자식의 복부에 니킥을 먹여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구경꾼들조차도 기겁을 하고 이제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지금 이곳에서 고백을 받으면 제 입장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어, 음…나, 난처해지려나?”


첫 질문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상황을 파악 못한 듯 말을 더듬으며 머리를 긁는 명환이에게, 실눈을 뜨고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이미 몸으로 내 표정의 의미를 철저히 교육받은 명환이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그 꽃은 어디서 나셨을까요? 제가 한번 맞춰볼까요?”

“아, 아니…그건 됐어…내가 잘못 했어….”

“그렇다면 소녀의 기분은 지금 어떨까요? 한번 맞춰보실래요?”

“……………………………………………….” 

“…내장에 습기가 차서 축축하신가본데 제가 꺼내서 말려드릴까요?”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결국 상황을 파악한 바보가 창백한 얼굴로 삼배를 하며 무릎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에, 팔짱을 끼고 그를 내려 보던 나는 다시 일행에게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공원에서 한참 멀어져, 유진이와 연지, 수미, 다혜와 철호가 있는 잔디밭으로 들어가는 순간, 등 뒤에서 ‘크아악!! 김지영! 두고 보자!’같은 삼류악당의 요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기는 하지만, 그건 기분 탓일 테고, 어느새 반이나 사라져버린 도시락에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데 순식간에….


“지영아!! 니꺼 꿀맛이다! 내 도시락도 잊어버리고 니꺼만 먹었어!!”

“에헤헤, 미안해 지영아, 철호를 말리려고 했는데….”

“니놈 탓이냐!!”


산만하게 부풀어 오른 배를 안고 만족해하는 철호의 얼굴을 마구 잡아당겼다.






『아, 티아. 깼구나?』


화장실로 돌아가 양화에게 몸을 맡기고 ‘티아’쪽으로 건너오자마자 보이는 우진이의 얼굴. 그리고 우진이의 품에는 잠이든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소미가 새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풍경은 다름 아닌 우진이의 방이었다.


“우우, 음화도 소풍가고 싶어….”

『아하하, 음화야 미안해, 하지만 오늘 소미 병원에 가봐야 해서 일찍 소미를 데리러 가야 했으니까….』


칭얼대는 음화를 쓰다듬어주는 우진이.

역시, 우진이는 소풍에 참가하지 않은 거구나.


창밖을 바라보자 새하얀 햇살이 열어놓은 커튼 사이로 환하게 방을 비춰주는 가운데, 나는 발그레한 얼굴로 자면서도 간간히 기침을 하는 불쌍한 소미의 모습에 기분이 축 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꼬르륵….


민망하리만치 큰 소리로 울리는 꼬르륵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음화가 핼쑥한 얼굴로 바닥에 엎드려 있다. 더불어 우진이도 자신의 배에서 나는 소리가 민망한지 얼굴을 붉히고 뺨을 긁는다.


『우리 뭐 좀 먹을까?』

“응응! 언니야 푸딩 먹자! 푸딩!!”


우진이가 입을 열기가 무섭게 발딱 일어나 부활신고를 마침과 함께 푸딩노래를 부르는 음화의 한심한 모습에, 우진이가 웃으며 소미를 눕혀놓고 부엌으로 걸어간다.


“하아, 음화야…넌 머릿속에 푸딩밖에 없니….”

“그치만 난 언니인걸….”

“그런 적 없어!! 날 너 같은 캐릭터로 매도하지 맛!!”


내가 단 걸 좋아하기는 했어도, 푸딩을 좋아하기는 했어도 너처럼 열광하지는 않았다고!!


『자, 여기 요구르트하고 우유푸딩.』

“와아-!! 푸딩이다!”


돌아온 우진이가 일부러 빨대를 잘라, 나나 음화가 사용하기 쉽게 만든, 가는 빨대가 꽂인 150원짜리 요구르트와 푸딩을 가져오며 음화와 내게 각각 한 개씩 나눠준다.


“푸딩! 푸디잉-♡!”


우진이가 플라스틱 껍질을 뒤집자, 쏙! 하고 빠져나오는 거대한 푸딩을 끌어안고 행복해하는 음화와, 그런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며 요구르트 병위에 올라탄 채, 쪽쪽 요구르트를 마시고 있는 나.


“………?”


어느새 머리 위를 가리는 어둠에 고개를 들어보니, 소미를 안고 나를 내려다보는 우진이가 내 뺨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

-두근…!


멍하니 우진이를 올려다보던 나는 금세 손을 떼려, 멀어지는 그의 손가락을 잡아 다시 뺨에 문질렀다.


-두근두근….


기분 좋은 감촉에 눈을 감은 채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어느새 나를 들어 올린 우진이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손가락 잡았던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행위에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듯 응석을 부렸다.


『하하, 머리 쓰다듬어 주는 거 어지간히 좋아하네.』


‘강아지 같아’라는 괘씸한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기분이 좋으니 용서해줬다.


“…그보다, 집에 김이랑, 밥 있어?”


그렇게 한참을 우진이의 손에서 매달리던 내가 질문을 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진이. 내가 몇 가지 더 질문을 하자, 이제는 내가 의도를 한 것이 무엇인지 대강 눈치 챈 그가 입을 열었다.


『김밥을 만들 정도는 충분히 있어.』

“그럼 만들자, 오늘 저녁은 도시락으로 하는 거야!”

“냐아-!! 음화도 소풍도시락 먹고 싶어!!”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하는 음화, 그리고 그런 음화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살짝 잠에서 깬 소미가 졸린 눈을 하고 우진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조금씩 흘러내리는 소미의 콧물이 셔츠에 묻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우진이는,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소미의 코를 닦아주며, ‘곤란해’라는 표정으로 웃는다.


『내가 나가서 햄이랑 어묵 사올 동안 여기서 소미 봐줄 사람?』


물론 남는 것은 나다.


우진이를 따라가겠다는 음화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며 소미를 돌보기 위해 남을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데 그 외에 누가 있으랴? 안 그래?







-뚜르르르…닼칵!!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이거 민혜영씨 댁 전화번호 아닙니까?》


소풍 헤프닝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주말, 교과서를 읽으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나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서 오랜만에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에 나는 그만 반가움에 소리쳤다.


“에? 아빠?”

《어? …………예?》


잠시 ‘내가 전화를 잘못 걸었나….’ 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하신다.


《지혜냐? 이 시간에 집에서 뭐하는 거냐? 엄마는?》

“…………….”


역시 아버지는 내 목소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계셨다.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꽤 시간이 지난 지금,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가늘어지던 내 목소리를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하는 아버지가 알고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서 3년 동안 해외출장, 아니 해외직장을 다니시던 아버지라면 지금쯤 내 목소리가 훌륭한 남자아이라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는 것이다.


“아버지, 저에요 재은이.”

《…뭐냐, 재은이냐?》


애써서 목소리를 굵게 내는 흉내를 내며 말을 하자, 그제야 내가 전화를 바꿨다는 것을 알아채시는 아버지. 분명 엄마에게서 여러 가지 사정을 전화로 들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잊어버리셨을 것이다.


《재은아, 지금 아버지 집 앞에 있는데, 문 좀 열어주지 않겠니?》

“예? 아, 아, 지, 지금요?”

《그래, 지금 막 해외출장 끝내고 돌아왔다. 놀랐지? 엄마나 누나한테는 비밀로 하는 거다?》


현관문으로 다가서자, 직접적으로 이쪽으로 말씀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보이고, 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가 다니시는 회사의 해외 지부 총장으로 발령 나, 미국에서 3년이나 계셨던 아버지가 돌아오신 것이다.


반갑게 문을 열며 아버지에게 뛰어들었다.


“아빠!! 어서 오세요!!”

“어엇?! 지, 지혜냐?! 재은이만 집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자신에게 안겨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나를 누나로 착각하시는 아버지.

나는 순간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애써 참으며 아버지를 거실로 모신다.

마주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아빠와 나, 이 두 사람 사이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지혜야, 재은이는 어디 간 거냐? 아까까지만 해도 전화를 받더니….”

“…………….”


막상 아버지 앞에 서자, 내가 그 재은이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치마와 스타킹을 신고, 무릎을 꿇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내가 몇 개월 전만해도 남자아이처럼 놀고 자라던 그 김재은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오실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평소와 같이 여자아이의 옷을 입고 있었던 나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에 고개조차 들 수 없었던 것이다.


“………………푸흡!!”


순간, 아버지는 웃음을 터트리시더니 이내 끅끅 웃음을 참으며 부르르 떠신다.

아, 설마…다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행동한 거야?!


“아빠!!”

“푸하하하하―! 아하하하-!! 하하하하!! 하아, 하아!! 아이고오-!!”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구시며 버둥거리시는 아버ㅈ, 아니 아빠.

예나 지금이나 아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신 것이다.


“아하하하하!! 허억-! 허억! 아이고 지영엄마, 나죽네 하하하하하-!!!”

“그만 두세요! 아악! 진짜!! 다 알고 있었던 거죠?!”


수염도 깎지 않으신 것이신지 턱수염이 듬성듬성 자라있는 얼굴로 나를 끌어안고 부비부비 비비적거리시는 아버지, 마치 선인장에게 안겨서 부비부비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으따!! 아따따따!! 따가워욧!!”

“그 불량한 꼬마 아들은 어디가고 이리도 귀여운 딸내미가 되었냐? 지영아! 으하하하하-!!”

“불량하기는 어디가 불량했다고 그러는 겁니…히이익!! 따가!!”

“하하하 요 녀석! 누나 따라 요조숙녀가 다 됐구나!!”

「아니,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주머니에서 얼굴만 내밀고 중얼거리는 양화의 머리를 꾹 눌러 주머니 속으로 숨겼다.

시끄러 임마! 너 임마 이런 부녀상봉에 끼어드는 거 아냐!


…………아, 자연스럽게 부녀상봉이라고 말해버렸다.


어쨌든 무엇이 그리도 웃긴 것인지, 이쪽을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떠시는 아빠의 모습에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던 나는, ‘나가서 뭐라도 먹자, 아빠가 뭐라도 사줄게’라는 말에 폭발을 보류하고 집을 나섰다.


“그래, 학교는 잘 다니냐?”

“뭐, 그저 그래요.”

“체육시간에 여자애들이랑 옷 갈아입으면서 여기저기 훔쳐보기도 하고?”

“…………….”


………………이 인간이….


아버지는 3년 출국을 하시던 그날이나 일을 끝마치고 돌아오신 지금이나 전이랑 다를 것이 없다. 전형적인 마이페이스로 실컷 웃고 즐기면서,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지 않을 수위만큼의 음담패설을 즐기시는 야비한 모습도 그대로다.


“힘들지는 않았냐?”

“에?”

“마음고생 많이 했을 거 아냐.”


점보버거 패스트푸드점 앞 야외 테이블 앞에 앉아 그렇게 또다시 남의 분노의 화선에 살짝 불을 붙이는 듯싶더니, 다시 진지하게 돌아오시는 아버지. 나는 아버지의 걱정어린 눈빛에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훗! 역시 이 김태균의 딸이다! 겨우 그런 거 가지고 맘고생을 할 리가 없지!”

“에, 에헤헤헤….”

“그래, 여자 브레이지어를 차본 기분은 어떠니?”

“…………….”


…역시 이 사람은 남을 가지고 농락하는데 한해서는 천재다.

화를 낼 기운조차 나지 않아서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으며 햄버거를 깨무는 가운데, 아버지를 아는 듯한, 그리고 묘하게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이름을 부른다.


“아? 태균이잖아? 아하!! 김태균! 오랜만이다!!”

“어? 연시영? 시영이냐-!! 우왓, 진짜 오랜만이네!!”


‘연시영’이라는 익숙한 이름에 설마해서 고개를 돌리자, 간호사복을 입었을 때와는 천지차이의 OL(Office lady)풍 정장, 하얀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오는, 옆이 탁 트인 검은 치마, 그리고 검은 외투에 뿔테안경까지 쓰고 있는 언니는 거칠 것 없이 달려와 아빠를 끌어안는다.


풍만한 가슴이 아버지의 얼굴을 완전 점령한다.

…음, 어느 쪽을 부러워해야 하나? 끌어안는 쪽…? 끌어안긴 쪽…?


아, 가슴이 큰 게 마냥 좋은 건 아니니까, 끌어안긴 쪽을 부러워해야겠다.


“캬아~! 이 자식~! 왜 이렇게 팍 늙어 버렷어~?!”

“우하핫!! 여전히 스킨십 하나는 대담하구나! 시영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포옹을 풀고 손을 잡은 채 악수를 하는 두 사람. 그리고 그제야 아버지의 옆에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시영언니가 있다.


“앗, 지영이잖아? 무슨 일이니? 이런 변태아저씨랑 같이 햄버거를 먹고 있고? 혹시 원ㅈ….”

“내 딸이야.”

“…………………………에?”

“내 딸이라고.”

“…거짓말.”

“내 딸이라니까.”


애써 아버지의 시선을 외면하는 시영언니가,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이 질문한다.


“아! 그러고 보니까 경찰일은 잘 되가? 강력반 되었다면서?”


5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가 나와 버렸다.

엄마나 아빠나, 별로 꺼내고 싶어 하시지 않았던, 이제는 멀고도 먼 옛날이야기다.

아무도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가족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아, 그거 5년 전에 그만 뒀어. 요새는 해외파 비즈니스맨.”

“와- 대체 무슨 일이야? 너 경찰청장이 되는 게 꿈이었잖아?”

“아, 뭐. 정의의 편에 서는 게 좀- 무리더라고. 나한테는, 그래서…잘렸어. 말 그대로.”


더 이상 관계하지 말라는 상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을 억지로 고발하다가 역으로 경찰직위를 박탈당하시고, 말 그대로 ‘해고’당하신 것이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던 나도 그때의 아버지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도 조금 우울해진다.


“뭐, 불알친구 동진이 덕분에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해외로 발령 난 덕분에 정치적 보복 같은 것은 당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여러 가지로.”


여러 가지로-라는 부분에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와서 햄버거를 씹고 있던 나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반찬이었다.


“하하하!! 여러 가지로 능글맞은 아저씨가 됐다 이거지!! 이제는….”

“푸후후…!! 그것도 그러네. 얼굴부터 변태끼가 좔좔 흐르는 중년이 됐으니까.”

“으, 그건 좀 너무한 발언인데….”


시무룩해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까르르 웃던 언니는, 이내 다시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미안하다는 듯이 뺨을 긁는다.


“헤헤, 미안해 지영아. 아줌씨들의 재미없는 이야기나 듣게 해서…아! 그러고 보니 마침 잘됐네!”


손뼉을 ‘-짝!’하고 치며 기뻐하는 언니는 내가 예상도 하지 못한 발언을 한다.


“지금 나도 여기 내 ‘딸’이랑 햄버거 먹으러 온 거거든? 아, 저기 오네! 유진아!! 여기야!!”


익숙한 헤어스타일의, 익숙한 얼굴의 소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 시영언니.

헐, 설마 아니겠죠? 시영언니에게서 누군가와 비슷한 오라가 느껴진다고,

줄곳 생각을 해오고 있었기는 했었지만…설마….

“엄마아-!!”


좋지 않은 예감과 함께 한껏 꾸며 입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소녀를 자세히 살펴보자 아니나 다를까, 역시 ‘연 유진’이었다.


by Sourjelly | 2009/07/16 08:59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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