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9일
티아☆푸딩케잌 하우스! #15
# 15
중간고사를 앞두고, 그 벽을 넘어서면 축제의 시작이 코앞인 4월 중순, 몇 개월 째 유난히도 이유 없는 조바심이 나를 괴롭히는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지난달보다 살짝 늦게 시작된 생리 덕분에 고생을 하던 나는 학교옥상에서 아무생각 없이 밖을 바라보던 중, 갑작스레 들려오는 요란한 소음에 놀라 그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려야 했다.
“정우진, 너 이 새끼야 적당히 날뛰라고 했지?”
“씨발 놈이 진짜, 아오- 빡돌게 하네.”
………정우진?
학교 옥상 보일러실의 뒤편, 펜스가 쳐져있는 그 곳에서는 서너 명의 남자들과 펜스를 등지고 있는 익숙한 바보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 그보다….
…다쳤잖아?!
“니가 잘생기고 운동 잘하는 거 인정해 임마, 근데 누구 애인을 건드려?”
“하아, 건드린 적 없어요.”
이미 오래전부터 맞아오고 있었던 것인지, 온몸이 엉망진창인 우진이는 통증에 숨을 몰아쉬면서도 억지를 부리고 있는 바보들에게 꼬박꼬박 말대답한다.
상황은 2, 3학년으로 보이는 ‘좀 건들거리는 선배’들이 정우진을 둘러싸고 말 그대로 ‘다구리’를 치고 있는 상태, 그보다, 우진이는 싸울 생각도, 공격할 의사도 보이지 않아서 내 속을 더 타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왜 걔가 니 이름을 들먹거리면서 나한테 헤어지자는 건데?! 이 씹새꺄!!”
-짜악!!
순간 우진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꺾이며, 고개를 푹 숙인다.
사람을 가장 상처 주는 것은 주먹으로 사람을 치는 것도, 발로 걷어차는 것도 아니다. 타인의 신체는 물론, 마음속 깊은 곳까지 상처 줄 수 있는 가장 뼈아픈 공격, 그것은 ‘뺨을 때리는’ 행동이다.
더불어 그 싸대기기 우진이의 뺨을 후려치는 것과 함께 내 맘속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한 큐에 대나무 꺾이듯 ‘우드득!’ 꺾이며 부글부글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뭐하는 거야 이 자식아?!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 반격해!! 밟아 조지라고!!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 와서 화풀이하는 새끼 따위는 반병신을 만들어놓으란 말이야!!
-짜악! 짜악!!
“응? 적당히 못하겠냐? 너란 새끼가 진짜 맘에 안 든단 말이야.”
“크윽, 제 잘못이 아… -짜악!!- …닌데요!!”
“적당히 개기란 소리 못 들었냐!!”
‘-퍼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우진이의 신체가 기억자로 꺾였다.
복부를 무릎으로 얻어맞은 우진이가 충격으로 신체를 숙인 것이다.
그리고 멈추지 않는 구타가 시작됬다.
-퍽! 퍽! 빠악!! 퍽!!
“진짜!! 너란…!! 새끼가…! 맘에…!! 안 든다고!!”
서넛 이서 모여서 한사람에게 가해지는 구타.
우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어맞으면 얻어맞을수록 내 속은 바짝바짝 타올랐고,
화를 참을 수 없어 꽉 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가운데, 어느새 뺨을 타고 흐르는 한줄기 물줄기에 주머니에 숨어있던 양화가 고개를 내밀고 나를 쳐다본다.
「누나….」
뭐냐고, 저 병신. 기껏 노력해서 살 빼놓고 운동까지 다니면서 왜 쳐 맞고 다니냐고!!
이제 당당하게 어께를 펴고 다녀도 되잖아! 이제 한번쯤 맘에 안 드는 놈들 조져도 되잖아!!
참을 수 없다.
저 등신을 용서할 수 없고, 저 등신을 패는 머저리들을 용서할 수 없다.
당장 달려가서 머리끄덩이를 잡아 쥐고 바닥에 내팽개친 뒤에 지칠 때까지 패고 싶다.
「누나….」
양화가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우진이를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더니, 이내 웃으며 말한다.
「참지 마.」
얼굴에 스카프를 둘러감고 양 손으로 물을 가득 담은 양동이 하나를 든 채, 보일러실 건물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 내가 자신들의 머리 위에 있는지 조차 깨닫지 못한 바보들에게 차가운 물세례를 뿌렸다.
-촤아아악--!!
『으아아악 차가와!!』
『어떤 새끼야!!』
각양각색의 달콤한 비명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양동이를 집어던졌고, 이내 ‘깡!’소리와 함께 육중한 몸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찬물을 뒤집어 쓴 채 패닉에 빠져있는 바보들에게 몸을 날렸다.
“에잇!!”
공중에서 뛰어내리며 바보하나를 깔아뭉개고,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다른 하나를 양화가 얼굴에 들러붙어 시야를 가려버린다.
“이, 뭐, 뭐야 이녀ㄴ…으아악?!”
-타악!!
홀로 멀쩡한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우진이 다리를 걸며 시멘트에 얼굴을 박아버려 그대로 기절시킨다.
“히, 히이!? 뭐야!! 이거 안떨어져!! 아야, 아야!! 앜ㅋ…크헥!!”
그리고 여전히 양화가 얼굴에 달라붙어서 패닉에 빠져있는 바보 하나를 내가 크로스라인을 걸며 완벽하게 녹다운 시키자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 서둘러서 내 주머니 속으로 달려오는 양화를 숨기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자 나의 손목을 잡는 누군가가 있었다.
“기다려, 너 누구ㅇ…?!”
순간 ‘탓’ 하고 얼굴을 가린 엉성한 스카프가 풀리는 것을 느낀 내가 손으로 스카프를 가리려 했지만, 어느새 어께로 흘러내리고 있는 스카프와 내 손을 잡고 있는 정우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기, 김지영?”
-두근…!!
아, 안 돼, 나름 안 들키려고 열심히 감아서 묶은 건데, 이렇게 쉽게 풀려버리다니….
“기, 김지영, 너, 너어…….”
-두근두근두근두근………!!!
“느, 느, 놔아!!”
얼굴에 수많은 상처가 난 우진이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자, 얼굴로 뜨겁게 몰리는 혈류를 느끼며 전력을 다해 우진의 손을 뿌리쳤다.
나는 자신의 손목을 뿌리치고 서둘러서 계단을 향해 뛰어가는 나의 모습을 멍하게 쳐다보는 정우진이 있을 그곳을 절대 돌아보지 못한 채, 전력으로 질주했다.
보면 안 돼, 달리자, 전력을 다 해 달리자!!
“하아…!! 하아…!! 하아…!! ”
-두근! 두근! 두근!
진정하자, 이건 옥상에서부터 1층 3학년 화장실까지 전력으로 뛰어내려왔기 때문에 생긴 피로 때문에 그런 거다. 내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이유는 단기간에 너무 강하게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쉰다.
하지만 아직도 뜨거운 양 뺨은,
내가 화장실에서 숨어있는 한동안 그 열기가 식지 않았다.
…
“야, 내가 너 아플 때 찾아오라고 했지? 내가 니 상담원이냐? 내가 니 카운슬러로 보여?”
“저 충분히 아픈데요. ……………많이.”
“니 생리통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냐 임마!”
“선생님 의사잖아요.”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대신 니 생리통이라도 겪어줄까? 가서 진통제나 퍼 먹으라고!!”
“너 자신을 알라.”
“뭘 소크라테스 같이 지껄이는 거야!! 의미를 이해 못하겠다고!!”
혼자 심심해 구석에서 그림이나 그릴 것 같아서 간만에 찾아와줬건만, 회전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면서도 불평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듯한 김심영 선생님.
나는 그런 선생님을 향해 울먹울먹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인 눈으로 올려본다.
“흑…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나, 날 책임져줄 거라고 약속해놓고…!!”
“뭔 개소리야!! 누, 누가 들으면 내가 니 애라도 밴 줄 알거 아냐!!”
이봐요 아저씨, 당신 방금 거꾸로 말했어.
“………요새는 아저씨도 임신을 하는군요.”
“훗, 네 녀석의 그 얼굴을 노리고 일부러 한 거지 말이다?”
호오, 무엇입니까 그 눈빛은. 또다시 한판 해보자는 건가요?
파직, 하고 눈앞을 번쩍이는 스파크가 날 위협해왔다.
이 순간 고자 선생님과 나를 보고 있는 제 삼자가 존재했었다면,
분명 우리 둘 사이에서 튀고 있는 스파크에 감전되어 쇼크사 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 심영 선생님의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검은 그림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심. 영. . 선. 생. 니. 임 .~ .?”
“딸꾹?!”
전에는 본 적이 없는 처음 보는 간호사 아줌…아, 아니 언니.
갈색의 곱실거리는 머리가 허리까지 늘어뜨려진 그 간호사 아줌…아니 언니는, 핏줄이 충만하게 서있는 주먹을 창백하게 질려있는 심영선생님의 뺨에 가져가며 애교(?)를 부렸다.
“아잉~ 선생님도 참~ 제가 말했죠? 환자는 친. 절. 하. 게 다루라고.”
“여, 연시영 가, 간호사…?”
투박한 간호사 옷을 압도하고도 남을 거대한 가슴이 심영선생님의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건만, 귀신을 보는 듯한 얼굴로 바르르 떠는 고자선생님은 그야말로 개장수 앞의 똥개였다.
“우후후…적당히 안하면……………………릴 꺼에요.”
왠지 모르게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꺼에요.’라는 말이 들린 것 같은 야릇한 느낌이 들지만, 분명 기분 탓일 것이다.
적당히 태연한 이쪽이랑은 달리, 새로 온 간호사 언니에게 바짝 쫄았는지, 창백한 얼굴로 이마를 짚으며 나를 노려보는 김심영 선생님, 그러나 뒤에 있는 간호사 언니의 덕분에 더 이상 원수 의식(?)이고 뭐고 완전히 사라져버린 상태이다.
“하아, 그러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뭐였지?”
“에, 그, 그러니까….”
어디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했다.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모든 것을 심영선생님 앞에서 털어 놓으며,
내 알 수 없는 기분을 설명해야 했다.
더불어서 설명을 끝마치고 난 나는 민망함에 얼굴이 후끈하게 달아오른 것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 채 심영선생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하아. 그러니까….”
설명이 모두 끝났을 즈음, 이마를 짚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심영선생님은, 이내 입을 열고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다시 닫아버리고, 나를 외면하더니, 다시 입을 열고, 또 닫아버린다.
그리고….
결국 분을 참지 못해서 소리를 꽥 질렀다.
“야 이년아아아아아아---------!!”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진료실을 울릴 정도의 거대한 폭풍이 지나가고 난 뒤, 몇몇 간호사들이 선생님 등 뒤의 문에서 기웃기웃 얼굴을 내밀었지만, 이내 고자 선생님의 분노한 얼굴에 순식간에 도망가 버린다.
“너, 너, 너,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냐?”
“에? 무슨 소리에요?”
“뜨으악-!!!”
고자 선생님은 또 분을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나사가 하나 빠진 이상한 의사 때문에 애꿎은 벽이 망가져가고 있었다.
대체 벽이 무슨 죄냐.
“하아, 하아, 하아, 그래, 후우, 자, 김심영, 후우, 정신 차리자. 후우, 후우….”
다시 회전의자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기최면을 거는 선생님의 이상한 모습에 이제는 소름까지 돋았다. 그 질문이 그렇게 화가 날만한 질문이었나?
“그러니까, 니가, 지금 이 김심영한테, ‘애정전선’에 대해 상담을 하는 거냐? 나이 40줄이 되도록 노총각인 이 김심영한테…………!! 으아아아악----!!!”
아, 저 아저씨 노총각이었구나.
또 다시 분기를 참지 못하고 책상에 머리를 박으며 괴성을 지르는 불쌍한 바보를 내버려두고, 문을 열고 내 쪽을 향해 손짓을 하는 간호사 아줌…아니 언니.
분명 ‘연시영’ 간호사라고 했지?
누구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익숙한 오라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키가 나보다 머리 한 개는 더 큰 간호사 언니는 내가 진료실에서 나오자 오렌지주스가 담긴 캔을 보여주며 말했다.
“주스 마실래?”
“아, 네. 고, 고맙습니다. 아, 어, 언니….”
아줌마라고 말할 뻔 한 것을 부들부들 떨리는 혀를 움직이며 간신히 언니라고 내뱉자, 간호사언니는 단박에 얼굴이 함박웃음으로 싱글벙글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내 얼굴은 그야말로 ‘???’를 머리위에 한가득 띄워야만 했다.
“쿠후후…후후후후…!!!”
“에? 에에?? 저, 저기…?”
싱글벙글 한 것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감정조절에 실패한 언니는 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더니 이내 나를 덮치듯 콱 끌어안으며 신나 죽겠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푸후후…하하하하!! 나이 마흔 한 살에 언니라는 소리를 들을 꺼라고는 예상도 못했어!!”
헉, 마흔 한 살이셨습니까! 제 엄마뻘 되시는 분이셨군요.
나이에 걸맞지 않는 젊음과 미모를 지니신 이분,
나는 시영언니(?)의 품에서 여전히 느껴지는 익숙한 오라에 의아해 하는 가운데, 나는 병원 밖으로 나와 병원 내의 공원을 걸으며 아까 전 내가 심영선생님에게 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게 되었다.
“흐응, 그러니까…걔가 지영이 첫사랑이구나. 그치?”
“에?! 에, 그, 그렇지는….”
순간 얼굴로 혈류가 몰려드는 것을 느끼며 애써 부정을 해보았지만, 실눈을 뜨고 웃고 있는 시영언니의 모습에 울상이 되어야 했다.
어째서 표정관리가 안 되는 거냐고!!
“너 같은 케이스는 처음보지만,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있기도 해. 싫어하는 애한테서 첫사랑을 품게 되다니…쿠쿠.”
“아, 아니!! 그러니까 그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제발….”
“헤에- 그러니까 얼굴 또 빨개진다.”
“히이이-!! 언니 그만 해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시영언니의 모습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결국 고개를 돌려 시영언니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지만, 여전히 괜히 말했다는 후회가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까, 너 심영선생님한테 물어봤지? ‘이게 사랑이라는 건가요’라고 말이야.”
“에, 에…예. 그랬어요….”
“그래서 말인데, 내가 대신 진단을 해줄게. ‘그건 사랑 이라고 부르는 것’이야.”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두근두근 하고, 자꾸 좋아하는 사람만 보고 싶어지고, 좋아하는 사람이 다치면 걱정되고, 화가 나고….
그런 것이 사랑이라는 것일까.
“…하지만, 저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응? 왜?”
“저는, 저는…에….”
나, 몇 개월 전까지 남자였다고.
이런 거 그렇게 쉽게 느껴버리면 난 내가 원래부터 비정상적인, 동성애자 게이 변태 같은 놈이었다는 게 되잖아.
그런 건…그런 건……인정할 수 없다고….
“흐응, 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니가 한 가지 말해줄게 있어.”
“…………뭐가요?”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가 자신의 얼굴을 보며 질문하자, 시영언니는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콕 찌르며,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조금 더 기다려 봐, 네 마음이 준비 될 때까지. 지금 네 나이에 남는 건 시간 아니었니? 후훗, 어린것이 발랑 까져가지고…!♡”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 by | 2009/07/09 12:20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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