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푸딩케잌 하우스! #11

 

# 11



첫날에는 그나마 그럭저럭 유진이의 진통제 덕분에 어떻게든 넘어간 거 같건만, 그 이상의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으으…. 아우우우….”


창백해지다 못해 새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아랫배를 쥐고 칠판을 노려보았다.

간밤부터 시작된 생리통이 내장을 후벼 파는 통증을 안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그렇게 심해…?”

“아, 아파아아….”

“난 그렇게 생리통 그렇게 심한 타입이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연지의 안타까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까짓 고통에 질 수 없다는 근성 하나만으로 칠판을 노려보고 있건만, 정작 노려보는 칠판에 써 있는 글씨들은 울렁증과 통증에 단 한글자도 읽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기, 지영아, 너…진짜 괜찮아?”

“아, 아우으으…괜찮아, 그러니까, 걱정 하지ㅁ…으우욱….”

“……지영아, 너 그런 얼굴로 안 아프다고 하면 설득력이 우주로 가버린다는 거 아니?”


힘은 있는 데로 빠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어떻게든 뒤틀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이 아픈 통증이 아랫배에서 살살 찾아오는 상황에, 옆자리에서 날 보고 있는 연두가 “넌 생리를 할 때 얼굴이 총 천연색으로 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구나.”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지영아 그냥 양호실 가, 보는 내가 아파서 못 견딜 것 같아….”

“그, 그러면…연두야아…나중에 노트 좀 보여줘-어….”


슬리퍼에 찍힌 바퀴벌레마냥 바르르 떨며 부탁을 하자, 연두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생님을 부른다.


“선생님, 지영이 너무 아픈 거 같은데 조퇴하면 안 될까요.”

“아니 얼마나 아프면 양호실도 아니고 조퇴를 부탁하는 거냐? 담임선생님 불러와야 할 정도야?”

“선생님이 좀 와서 보세요.”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울렁거리는 속과 창자를 잡아 뜯는 고통 속에서 어느 순간 다가온 과학 선생님의 거대한 얼굴이 눈앞을 모조리 차지하는 느낌에 공포를 느끼며 실신했다.

선생님, 얼굴 너무 가까이 들이대지 마세요. 그 얼굴 무서워요.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다시 병원이다.

처음에는 이곳이 양호실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익숙한 형태의 천장과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이름’의 의사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와 금세 병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 깨어났네. 김재, 아니 김지영, 아무래도 넌 전생에 가마니 쌀이었던 거 같다. 허구한 날 들려오고 실려 오고….”

“시끄러워요, 이제는 대놓고 반말 까시네요 고자선생님.”


아픈 머리에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서니, 매스를 들고 누군가의 머리에 콱 찍어버릴 기세인 심영선생님이 간호사 아줌마의 손에 붙잡혀 버둥버둥 거리고 있었다.


간신히 상황을 수습하고 매스를 잃어버린 심영선생님은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인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다.


“너 나랑 전생에 무슨 악연이라도 있었던 거냐?”

“저도 지금 막 그 생각하고 있었지요.”

“아나, 너 진짜 민폐인거 알지?”

“선생님은 존재 자체가 주변사람한테 민폐에요.”


“어허, 이거 어째 꿈인거 같은데 어디 꿈인지 한번 알아봅시다.”하고 분노로 가득찬 손을 서로에게 뻗어, 뺨을 꼬집고 잡아당겼다.

양 볼이 빨갛게 붓도록 말이다.


“헉, 헉, 아픈 거 보니까 꿈은 아니구나.”

“하아, 하아, 다 죽어가는 환자 뺨을 꼬집어 놓고 잘도 주절대시네요.”


분노로 서로를 노려보던 선생님과 나는 결국 다시 환자와 주치의 모드로 돌아가 상담자와 조언자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사실 이건 내 소원이고.


“또 영양실조에 생리 중 출혈로 인한 빈혈이야. 이런 일가지고 병원을 올 일은 없다만, 네 부모님이 기겁을 하고 데려왔잖냐. 넌 대체 뭘 먹고 사는 거냐? 네 부모님 말씀으로는 냉장고에는 먹을 거가 한가득 들어있다던데. 그거 안 먹을 거면 나랑 호적 바꿔서 살지 않으련?”

“선생님도 고자 되시면 생각해 볼게요.”


투타타타타탓! 하고 둘이서 서로의 뺨을 지칠 때까지 때렸더니, 저 인간은 내 얼굴이 양 볼이 퉁퉁 불어서 붕어가 될 때까지 때려버렸다. 물론 저 인간 얼굴이라고 내 얼굴의 상태와 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양제 처방 내려줄테니까, 밥을 못 먹을 것 같으면 그거라도 먹고 다녀. 그리고 생리통이 그렇게 심해?”

“…거기가 빠질 것 같은 느낌인데요.”

“난 내 거기를 빠지도록 잡아당겨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굳이 경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선생님도 여자가 될 때까지 잡아당겨 드릴 의향이 있는데….”


눈 밑에 다크 서클을 달고 웃으며 언제든지 잡아당길 자세를 취하자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 발짝 물러서고는 당랑권의 자세를 취하며 나를 경계한다.

해볼 테냐?! 한판 붙어볼 테냐?!


“아, 지금에 와서 말하는 건데, 넌 왜 늘 증상에 ‘훼이크’가 있는 거냐? 생리가 엄청 심하다 출혈이 심하다 해서 기능성 자궁 출혈이라도 난 줄 알고 기겁을 했더니…!”

“………?”


“…후우, 됐다. 너랑 이야기 하는 내가 바보다. 어쨌든 몸 상태가 그 정도로 심할 때는 그냥 병원 와서 내 이름 불러라. 일단 널 위한 것이었다고는 해도 수술은 내 책임이기도 하고, 어쨌든 아는 의사들까지 동원해서 네 건강은 다 챙겨줄게.”

“그런 건 진작 챙겨주면 어디 덧나나요.”

“넌 참 줘도 지랄 안줘도 지랄이구나.”


아따 고 참 말 한번 컬러풀하게 하시는 구만요.

그리고 그 말은 누나한테서 지겹게 들어본 말입니다요.


“그 말 언니한테 자주 들어요.”

“그럼 좀 고쳐!! …하아, 어쨌든 네 친구들이랑 너 업고 온 애 와있으니까 같이 가라.”


내 친구들은 친구들인데, 날 업고 온 애는 또 누구야?

당연하지만 곧 그 답을 알게 됐다.


“아, 유진이, 연두, 수미, 다혜, 미영이…얘들아….”


어쩐지 남자새끼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조금 마음에 아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날 감동시켜주고 있었다.


“얘들아…윽!!”

“지영아! 이 오빠 걱정했잖니!”


친구들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나를 와락 끌어안는 정체불명의 1人, 아니 그건 알고 싶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저기…유진아.”

“철호야, 한대 맞고 그 손 놓을래? 아니면 두 대 맞고 그 손 놓을래?


자신들을 보고 화색이 돌던 내가 등 뒤의 인물 때문에 분노와 함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며 울먹이는 모습에 급격히 얼굴이 굳는 여자아이들. 더불어 유진이의 살인미소가 새하얀 이빨과 함께 반짝였다.


“어, 음, 그, 그냥 안 맞고 이 손 안 놓는 선택지는 없는 겁니까?”


성큼성큼 걸어와 내 등 뒤의 정체불명의 1人의 목덜미를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유진이.

덕분에 나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이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으며 모일 수 있었다.


“지영아, 미, 미안, 나 쟤 니가 쓰러졌다는 말에 선생님 허락도 안 받고 학교에서 뛰쳐나와서 병원 데려다 준 애라서 네 친한 친구인줄 알았는데….”


수미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유진이와 철호가 사라진 병원 모퉁이를 보며 말 했다.

잠깐, 그럼 저 자식이 날 업고 왔단 말이야?


“………그럼 쟤(철호)가 날 업고 온 거야?”

“으, 으응. 뭐, 학교에서 데리고 나온 건 쟤 맞지만, 조퇴 허가 받기위해 너희 부모님한테 연락한건 연두니까, 오히려 연두이지 않을…까?”

“아, 여, 연두야….”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돈다.

남자새끼들 사이에서 있을 때는 겪어보지 못했던 끈끈한 우정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한편으로 나는 이유모를 씁쓸함과 우울함이 내 몸을 짓누르는 것을 떨쳐낼 수 없었다.




“돼지야”

『………….』

“우진아”

『………….』

“아빠아-!”

『………왜 자꾸 그래?』


대부분의 주변이 불빛을 잃어버리는 늦은 밤,

열심히 피규어를 깎고 있는 우진이가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나를 내려다보자, 나는 고개를 가로로 살짝 꺾으며 질문했다.


“오늘 학교 어땠어?”

『얼레, …………무슨 소리야?』

“뭐 특별 한 일 없었어?”

『………없었어.』


오호라 별일 없었단 말이지, 이 몸이 빈혈로 기절하고 부모님이 완전 기절초풍을 해서 병원으로 데려가셨다 던데.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란 말인가?


“누구 아픈 사람은 없었어?”

『…그건 왜 물어봐?』


이 둔탱이가? 니 반에 있던 사람 한명이 나가떨어졌었다고?

걱정은커녕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던 거냐?!


“바보얏!! 아구!!”

『으따앗-!! 왜 깨물어?!』


너 같은 머저리 정말 짜증나!!

사람이 그렇게 아팠는데 눈길, 아니 누가 쓰러졌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단 말이야?!

이 바보 등신 죽어!!


“흑, 우, 으아앙-!!”

『엑, 윽, 왜 왜 그래?! 왜 울고 그래?』


왜 내가 화를 내는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감정의 기복을 조절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제멋대로 우진이에게 화를 내고 불평을 하고 있었다.


분명 현실에서 나는, 우진에게 ‘모르는 사람’ 일 텐데.

어째서, 지금의 나는 이렇게 이자식이 날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두근!!


그 순간,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진이 깎고 있던 피규어가, 그리고 그 외의 다른 피규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보고 있다’


그들은 나를 보고 있다.

일제히 나를 향해서 시선을 향하고,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심령사진에서나 나오는 그런 무서운 얼굴이 아니다.

왠지, 걱정된다는 듯, 안쓰러워 하는 표정으로 ‘울지 마’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그런지 말을 좀 해봐.』

“윽쿠, 쿠, 훌쩍…아우…바보야…나, 아팠는데…윽, 흐윽….”

『엑, 그럼 왜 말을 안 한 거야? 주머니에 있었으면서?!』

“쿠응…몰라, 후아앙…!!!”


「울지 마.」


순간 머릿속을 울리는 한 쌍의 목소리.

우진의 손에 들려있던, 아직 투박한 피규어가 꿈틀거리며 삐걱삐걱 일어나, 책상 구석에서 훌쩍이며 쪼그려 앉아있는 나에게 걸어왔다.


『어? 우, 우왁?!』

-쿠당탕!!


남자 형태의 인형은 이미 완성되어 구석에 앉아 자신의 남매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여자 형태의 인형은 아직도 아직 얼굴조차 완성이 되지 않은, ‘구체 관절인형’을 형태지만 좀 더 사람을 닮은 인형이었다.


『에, 엑?! 또? 또 살아 움직이는거야?!』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우진이는 뒤로 벌러덩 넘어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론 나라고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족을 끌어안듯 나를 감싸안아주는 그 여자인형의 행동에 넋을 놓고 있었다.


「울지 마 언니.」

“흑, 우우…아아아…우아앙…!!”


그렇게 속삭이는 피규어의 모습에, 나는 안심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녀의 품에서 마구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어서, 지쳐서 잠들 때까지 아직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인형은 나를 쓰다듬어 주며,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다독여 주었다.





「안녕 누나」

“캬아아앗----?!”


나는 ‘저쪽에서’ 한참을 울 던 뒤에 지쳐서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또다시 충격에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내 몸을 던져야 했다.


금발의 짧은 머리, ‘조그마하고’, ‘홀딱 벗은’ 사람이 눈앞을 한가득 하게 매우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왜 그래? 내가 무서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리에서 서서 자신의 몸을 둘러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어께를 으쓱하고는 질문을 하지만, 피규어는 커녕 오타쿠스러운 취미의 물건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 내가 눈앞에 있는 피규어를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 너, 피, 피, 피규어?”

「아, 응? 그런가? 내가 피규어라서 무서운 거야?」


-쾅!!

“왜 그래 지영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와 누나, 그리고 침대 위에서 인형 흉내를 내고 있는 저쪽을 보니 나는 순식간에 잠꼬대로 자지러진 바보가 되었다.


“아휴, 정말 얘가 사람을 놀래게 만드네.”

“엄마 깜짝 놀라서 심장 떨어질 뻔했잖아!!”

“아, 아니 저기, 그, 그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파닥거리며 열심히 설명을 해보려고 머리를 굴렸지만, 따지고 보니까 저 인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사실이 밝혀져, 아무 말을 할 수 없게 된 나는 오히려 더 바보취급을 받았다.


“엄마, 앞으로 지영이 생리할 때는 격리조취 시켜야 할 거 같아.”

“정말이야, 애가 왜 이리 사람을 놀래게 만드니….”


중얼중얼 내 호박씨를 까며 다시 자러 들어가는 엄마와 누나.

내가 그렇고 싶어서 그랬냐고?! 왜 다들 날 똥 싼 애완견 취급하는 거야?!


-달칵!


방문을 닫고 이제 다시 꼬물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인형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누구야?”

「에? 무슨 소리야?」

“너도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간 이름 모를 피규어 A겠지?”

「응?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누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피규어를 보며 나는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나의 케이스를 생각하자면, ‘피규어’가 움직이는 경우는 나처럼 피규어와 모종의 관계 때문에 ‘연결’되어 있어서, 잠이 들면 저쪽에서 피규어가 되어 움직이는 게 아니었나?

하지만 이 피규어는 자신에게 ‘본체’라는 것은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얘가 거짓말을 하는거야? 아니면 진심인거야?!


“거, 거짓말 하는건 아니겠지?!”

「내가 누나한테 거짓말을 해서 뭐가 남는데?」


빙글빙글 웃으며 침대 위에서 앉아있던 피규어는 마치 이곳이 자신의 장소라도 되는 듯이,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바로 침대에서 ‘깡총’ 뛰어내려와, 책상서랍을 잡고 기어오르더니, 이내 책상 위에서 자신의 가슴을 탕! 두드리며 외쳤다.


「내 이름은 ‘양화’, 나는 ‘누나 자신’이야.」

“………뭐?”


그의 한마디에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패닉에 빠졌다.



by Sourjelly | 2009/07/05 04:21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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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32호 at 2009/07/05 16:12
인격분열!!

드디어 이중인격의 단계입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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