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푸딩케잌 하우스! #8

 

#8


“다음 환자 들어오ㅅ….”

-쾅!!

『이시영!! 이시영!! 내 수술을 맡은 이시영 데려와!!!』


‘쿠아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의자를 들고 난동을 부린다.

그도 얼마 가지 않아서 지쳐서 헉헉 거렸지만, 전력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이시영, 이시영 이 자식!!

날 고자로 만들다니…!! 날 고자로 만들다니이…!!


『키아아아아아아악――――!!』

“저기 환자님, 아니 학생! 여기서 이러면 안 돼요!!”

“재은아!! 정신 차려!! 진정해!! 진정하라고!!”

『키야아아악!! 이거 놔!! 놓으라고!! 내 꼬추 물어내!! 내 꼬추 물어내애애애―――!!』


씨발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개새끼들아!! 다 죽어!! 다 죽어 버려어―!!

누나와 간호사 아줌마가 양팔을 붙잡고 늘어지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며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어휴, 진짜…재은아, 정신차려….”

“흐아아앙-!! 누나 같으면 진정하게 생겼냐고!! 내 꼬추!! 내 꼬추 어디 갔어!! 으허어엉―!!”


“이봐요 학생, 이미 자른 거 도로 붙일 수도 없어, 그러니까 적당히 포기ㅎ…”

“아니 이 아줌마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재은아, 누나, 아니 언니가 설명해 줄 테니까 좀 진정해. 제발 좀…!!”

“싫어!! 의사 나오라고 해!! 의사 나오란 말이야!! 흐아아앙~!!”


죽여 버릴 거야 이 돌팔이 의사새끼, 니 꼬추도 잘라버릴 거야!

그러니까 빨리 나오란 말이야 이 돌팔이 의사새끼야!! 흐아아앙----!!


“아니, 김심영 선생님!! 여기는 왜 오셨어요?!”

“역시 제가 환자 앞에서 직접 설명하는 게 나을 듯싶군요. 재은군, 아니 재은양을 위해서도 말이죠.”


언제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새 문 앞에서 서있는 정체불명의 의사. 그리고 그런 그를 보고 놀라서 소리치는 간호사의 모습에 나는 울음을 뚝 그치고 그 의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돌팔이 이시경 나오라고 해!! 모르는 의사 따위 필요 없어!!!”

“저기,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재은양의 수술을 한건 바로 난데, 이시경은 누구지?”

“……………………에?”


순간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자 그는 “으흠!!”하고 헛기침을 하며 카르테로 추정되는 종잇조각을 들고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지난 삼개월간 네 주치의를 담당했던 ‘김심영’이야.”

“뭐죠 그 불길한 이름은, 마치 사람하나 고ㅈ…”

“크흠!! 그, 그러니까. 내 이름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


아니 그러니까 당신 이름 자체부터가 날 불안하게 만든다고.

그에게 끊임없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입술을 꾹 깨물고 있자, 그는 잔뜩 불쾌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간다.


“처음에 네가 이곳에 실려 왔을 때, 다들 급성 장염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증세가 너무 심각하고, 네 상태가 이상하다고 판단 되서 MRI를 찍게 된 거지.”

“그래서 절 고자로 만드셨나요?”


“혹시 가성반음양(假性半陰陽)이라는 단어를 아니?”

“그 단어를 몰라도 절 고자로 만드셨다는 사실은 알아요.”


“그런데 말이야, MRI를 찍어보니까 네 몸은 ‘여성가성반음양(女性假性半陰陽)’이라 이거야.”

“그래서 절 고자로 만드셨군요.”


“다른 말로 말하자면 겉으로 보기에는 고환이나 음경이 있는데, 신체 내부에는 사실 자궁이 존ㅈ…”

“그래서 고자 선생님 이름그대로 절 고자로 만드셨군요.”

“누군 뭐 이런 이름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냐-?!”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는 심영선생님과 그를 말리는 간호사 아줌마. 하지만 분노를 이기지 못한 심영선생님은 괴성을 지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 러. 니. 까!! 넌 원. 래. 부. 터. ‘여. 자’ 란 말이다 이거야!! 응? 알아듣겠냐? 알아듣겠어!? 왜? 또 고자 선생님이라고 불러보지? 앙~?! 나도 한 성질 한다 이거야!!”


‘니가 여자라고 내가 봐줄 거 같냐?’라느니, ‘떫으면 한판 붙던가!!’라며, 버럭버럭 성질을 내는 의사선생을 두 팔로 질질 끌고 나가는 간호사 아줌마,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땀을 흘리던 누나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조금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나머지는 내가 설명해 줄게. 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몸이 아팠던 이유는 ‘남자의 생식기’에 의해 막혀있던 ‘여성의 생식기’가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고, 거기다가 여성의 생식기의 활동할 길을 봉합된 남성 생식기가 막으면서 내부에서부터 괴사하기 시작해서 그런 거야. 게다가…”


‘네가 한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서 영양실조도 겹친 부분도 있고….’라며 나를 외면하는 누나. 그리고 이제 분기가 진정된 것인지 다시 병실로 들어온 심영 선생님은 다시 헛기침을 하고는 아까와는 달리 침대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사실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는 수술이었다. 한쪽은 애초에 껍질만 있는 빈 깡통이라고 해도, 그 빈 깡통 때문에 생식기 두 개가 모두 괴사할 위기에 처해 있었고, 더불어 네 몸도 굉장히 쇠약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수술을 해야만 했지. 1차 수술 뒤에 네가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다가 다시 지금의 네 그 모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2차 수술까지 감행했다 이거야.”

“에, 그러니까 수술을 한번만 한 게 아니라고요…?”


그건 몰랐다. 두 번이나 수술을 하다니….

어느새 나는 분노를 진정시키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네 그 ‘가짜’생식기를 제거하는 수술만, 최대한 응급처치 수준으로 해야만 했어. 그것만으로도 네 체력이 버틸지가 의문인 상황이었지.”


아, 그것 때문에 내가 한동안 원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한 건가?

심영선생님은 다리를 꼬고 앉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깊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 간만의 차이로 응급처치를 하고, 괴사가 시작되고 있는 네 ‘진짜’ 생식기를 치료하는 것과 영양실조 상태인 네 몸에 영양을 보충시켜주는데 전념했지. 그리고 2차 수술, 그건…뭐랄까, 조금 설명하기가 그런 건데.”

“…뭐가요?”

“일반 여성으로서 생식기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게 해주는 수술이랄까, 일단 네 체내에 있던 생식기니까, 여러 가지 다듬어주는 수술이었지.”

“…조금 듣기 거북한 수술이군요.”

“맞아, 나도 말하기 거북한 수술이다.”


서로 듣기도 말하기도 거북거북해서 고개만 끄덕이고

그 이야기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집어치웠다.


“…그래서 전 고자가 된 건가요.”

“아나 진짜, ‘고자’가 아니라 ‘여자’가 된 거라니까!! 너 왜 그리도 고자에 집착하는 거냐?! 나랑 원수 진거 있어!?”

“저기 선생님 진정하세요.”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달려드는 심영선생님을 뒤에서 간호사 아줌마가 잡아주고, 앞에서 누나가 밀어주며 진정시켜주자,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은 것인지 씩씩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여하튼 넌 주민등록 번호 바꿔야 할꺼다.”

“엑?”

“남자가 아니라 여자니까 말이야.”




결국 도발하는 재미가 있는 고자선생님의 설명을 모두 듣고 퇴원허가를 받은 뒤 집으로 너털너털 돌아오는 길, 나는 더 이상 내 작은 물총을 사용할 수 없다는 상실감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더불어서 이상하게 신경이 민감해져서 뭐든지 짜증이 나는 상태였다.


“저기 재은아….”

“왜 불러?”

“너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쳇 잘 되긴 뭐가 잘되?

나를 보라고, 다리사이의 덜렁거리는 가죽 주머니를 잃어 버렸어.

내 소중한 물총도 없어졌다고!! 이제 화장실에 가면 무슨 낙으로 사냔 말이야!!


“내 물총 돌려줘!!”

“…엑?”


노릇노릇 붉어져가는 노을을 향해 힘껏 소리치자 누나가 ‘뭐라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잠시 날 쳐다보다가, 내가 다시 앞서 걸어가자 천천히 뒤따라온다.


그래, 뭐 괜찮아. 까이꺼 여자로 살지 뭐.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여자애들이랑 수다도 떨어보고, 만능으로 살아보는 거야.

파워우먼으로 살아보는 거지.


오래간만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난번의 복수로 튼실이의 엉덩이를 힘껏 걷어차 주고는 ‘깨갱!’ 소리를 반주삼아 누나가 열어주는 현관문으로 들어선다.


집에는 벌써 돌아오셔서 모든 것을 정리해 놓으신 것인지,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계시는 엄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맞아주셨다.


“재은아…아니, 지영야…. 엄마가 서류 넣어서 새 주민등록증 발급 받았어.”

“어, 벌써? 그리고…지영?”


고개를 갸우뚱 하는 나에게 엄마는 몇 장의 종이 쪼가리를 보여주신다.

내 호적등본과 새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새 이름.


‘김지영’


아, 누나와 같이 ‘지’자 돌림자구나.

‘김지혜’, ‘김지영’, ‘지’자 돌림자로 얼떨결에 자매가 되어버렸다.


“재은…아니 지영아, 미안해…언니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어서….”

“히, 히익!! 가, 갑자기 언니라는 단어 쓰지 마!! 어색하단 말이야!!”


생해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정함과 함께 목을 끌어안아오는 누나의 포옹을 완강하게 거절하며 내 방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한다. 닭살과 함께 온갖 느글느글한 느낌이 속을 뒤집히게 만들고 있었다.


“쿠하얏!!”

-토옹!!


침대위로 점프해 그 위를 데굴데굴 구르며 벌겋게 달궈진 얼굴을 식힌다.

뭐, 뭐야 갑자기!! 사람을 병자 취급이나 하고!! 이제 괜찮단 말이야!!


씩씩 거리며 눈을 감았지만, 어쩐지 잠이 오지를 않는다.

차라리 ‘저쪽’의 ‘피규어’상태라면 이런 근심거리 따위는 필요 없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돼버린 거야?! 진짜….





『하하하! 오늘부터 나는 고등학생이다!』

『냐아! 소미도 이제 초등학교 2학년!!』

“잘들 노 네….”


신이 나서 교복도 입다 말고 덩실덩실 춤을 추는 바보 하나와 더불어서 같이 신난 천사 하나의 모습에 피규어의 몸으로 피식 웃으며 제3자 인 척 하지만, 이쪽도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 중이다.

피규어의 몸인 이쪽은 무슨 날이 와도 아무런 상관없지만, 저쪽에 있는 진짜 몸인 ‘김재ㅇ…’, 아니 ‘김지영’은 ‘여학생’으로서 고등학교를 입학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치마야 피규어 상태일 때 늘 입어서 익숙해진 상태라지만…”


‘피규어’용 속옷과 ‘진짜’속옷의 감촉은 너무나도 달랐다.

두터운 속옷의 느낌이 아닌, 얇고 매끈한 감촉의 브레이지어와 팬티, 그리고 인형 옷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가벼운 감각이 나에게 어색함을 안겨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티아, 무슨 생각하는 거야?』

“에? 에에….”

『언니 왜그래애~?』


코앞에까지 얼굴을 들이대고 질문을 하는 우진의 행동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쏙들어간 데다가 슬슬 복근이 생겨가는 무렵인 우진은 활짝 열려있는 셔츠 사이로 더 이상 내가 가질 수 없는 자랑스러운 흉근과 복근을 보여주며, 또 2차 성징으로 인해 꽤나 허스키해진 목소리는 듣는 이를 민망하게 하고 있었다.


“셔, 셔츠 잠가.”

『엑?』

“셔츠 단추 잠그라고!!!”

『힉! 아, 알았어, 잠그면 될 거 아냐!!』


화가 난다, 질투가 난다.

내가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지게 된 저 녀석이 너무나도 부럽다.


그리고 짜증난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인형이라면 없어야할,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어디 아파…?』

“마, 만지지 마!!”


머리를 만지려고 뻗어오는 손을 이 작은 손으로 탁 쳐내며 획 뒤돌아섰다.


아, 씨, 왜 저 자식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나는 거지?

화가 나서 옆에 있는 연필을 뻥! 걷어차고 인형의 집으로 들어간다.


『왜, 왜 그래 티아?』

“시끄러! 나 잘 꺼야!”


침대 속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썼음에도 불구하고, 인형의 집 벽 너머 소미가 우진을 다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빠 또 언니 괴롭혔찌-!』

『아, 아냐!!』


두근거리는 가슴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이를 악물고 귀를 막아보아도, 두근거리는 가슴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아, 짜증나, 시끄러워, 제발 멈춰, 멈추라고!!


잠에서 깨어나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나는, 지난번과는 반대로 달님에게 ‘한동안 피규어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다.





“우우, 진짜…적응 안 되네….”


누나와 함께 속옷 판매점에 다녀가서 사온 여성용 속옷.

내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순식간에 폐기 처분된 것인지, 한 장도 남지 않은 남성용 속옷, 그리고 그 남성용 속옷은 사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게 하는 바람에 다시는 볼 수 없게 됐고, 누나의 손에 들린 스무 벌의 가지각색의 파스텔 풍 속옷을 치마 속에 걸치며, 엄마가 들고 있는 브래지어라는 최대난관에 한숨을 쉰다.


“히, 히이!! 어, 엄마, 살살해!! 가, 간지럽고 따가와!!”

“이것아, 간지럽고 따가운 건 네 가슴이 지금 발육중이라 민감해져서 그런 거고. 얼른 혼자서 차는 법이나 배워.”


내가 이딴 걸 입는 방법 따위를 배울 법 싶으냐!!


속옷을 입고 나서 그 위에 교복을 걸치고 나니 어느 정도 ‘여학생’ 같아 보이는 모양새에 나는 누나의 방에 있는 전신거울을 앞에 서서 나 자신을 세세하게 관찰한다.


남자였을 때보다 더 호리호리 해 보이는 이유는 병원에 있는 동안 비쩍 말라버려서 그런 거겠지. 집으로 돌아온 뒤로 마구 먹어서 그나마 조금 살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어째 중학교 3학년 때 이후로 키가 전혀 자라지 않은 거 같아.”


분명 중학교 3학년에 마지막으로 쟀던 키가 165센티였지, 중학교 때는 그래도 중간 사이즈 정도에는 속했는데, ‘안 자란게 다행이지, 그 이상 커서 여자애한테 뭐가 좋다고?’라고 내 비참한 기분을 더 비참하게 만들어주는 엄마의 대답에 나는 주눅이 들었다.


“그래도 중3때까지의 나는 남자였다고….”

“지금은 여자잖아!”


‘궁디 팡팡!’이라며 치맛자락이 휘날리도록 팡팡 때려주는 엄마, 아프다고요!! 

눈물이 쏙 빠지게 엉덩이를 맞은 뒤에야 간신이 풀려난 나는 내가 어떻게는 시험문제를 풀어 드디어 입학하게 된 고등학교의 모습을 기대하며 현관문을 나섰다.


“언니랑 같이 갈까? 마침 나도 오늘 대학도 알바도 쉬는 날이고…. 같이 가줄게.”

“어? 언니(누나)도 같이 가주는 거야? 그럼 고맙고!!”

“입학식 잘 마쳐야 한다? 그럼 둘이서 잘 다녀오렴.”


나와 누나가 더 이상 엄마를 볼 수 없을 때 까지도 현관문에서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시는 엄마의 반응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너무 하이텐션이라니까 엄마는….”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 걱정해주고 있는 거야, 네가 여자로서 처음 진입해보는 학교생활이자, 첫 고등학교 등교잖아.”

“그나저나 언니(누나), 이제 그만 특별취급해주면 안될까? 지금 나, 언니(누나)가 딴 사람 같아서 굉장히 부담스럽거든?”

“풉, 걱정을 해줘도 걱정이니 너도 참 대단한 애다….”


마냥 웃기만 하는 누나.

뭐, 언젠간 다시 동생을 노예처럼 부려먹는 그 본성이 나오겠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남학생들의 교복이 어딘지 모르게 조금 익숙한 게, 분명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의 교복이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정말 흔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반면에 내가 입은 여학생의 교복은 갈색의 외투와 갈색의 치마, 그리고 흰색의 블라우스와 속치마, 교복군데군데 붉은 강조색 등이 정말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었다.


“그 교복이 그렇게 좋아?”

“엑, 그, 그렇게 보여?”

“아까부터 그 교복을 보면서 방실방실 웃고 있잖아.”

“그런가…아하하….”


마음을 읽히는 것 같아서 대충 얼버무려 버렸다.

하지만 내 의사에 상관없이 정말로 마음에 드는 건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아, 다 왔다. 나 그만 가볼게 누나”

“아, 또 누나라고 불렀다. ‘언. 니’라고 불러야지. 어쨌든 잘 다녀와.”


교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내가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봐주는 누나, 그리고 그런 누나를 뒤로 한 채, 나는 일전에 나에게 배정받은 교실을 향해 뛰어간다.


입학식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어떤 친구들을 만날까?

선배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모든 것이 기대되는 첫날 등교의 첫걸음이었다.


딱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상황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툭!

“아앗!!”


그것은 다름아닌 수많은 아이들이 오르고 내리느라 분주한 계단을 서둘러 오르다가 복도에서 걸어 나오는 한 남학생과 부딪친 것.

그리고 그 커다란 덩치에 힘없이 튕겨나가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만 것.


“아, 미, 미안해. …괜찮아?”

“아야야…괜찮아.”


그리고 교복 외투 주머니에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귀여운 인형 옷을 입은 피규어가 상반신을 내밀고 자리 잡고 있는 그 남학생의 얼굴을 봐 버리고 만 것. 


“아….”


우습게도, 이 기묘한 우연은 피규어가 되어버렸던 그날로 끝나지 않았다.

by Sourjelly | 2009/07/03 01:59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sourjelly.egloos.com/tb/145595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G-32호 at 2009/07/03 10:01
사태는 막장으로 흘러가는군요.

아니 내 똘똘이가 깡통이라니!!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Commented by Sourjelly at 2009/07/03 12:57
깡통이라니!! 내 똘똘이가 빈깡통이라니!!! 어허헣ㅎ 이게 무슨소리야!!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