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1일
티아☆푸딩케잌 하우스! #5
# 5
『언냐 모해? 오늘은 안 자?』
“…………….”
『…언냐?』
버엉-.
충격에 휩싸여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책상위에서 입만 벌리고 앉아 있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 몸이….”
『응? 언냐?』
“응, 아, 아냐 아무것도.”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어?!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우진을 어떻게는 달래서 피규어 동호회를 나가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고 우진이의 집으로 돌아온 뒤, 저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잠을 청했건만,
깨어나고 보니 여전히 이곳.
그렇다. 나는 지금 여전히 ‘피규어’인 상태인 것이다.
설마, 설마, 설마…?
‘저쪽에 있는 진짜 내 몸’이 죽어버렸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으에에엣-?!”
『오빠아-! 언냐 이상해!』
『내, 내, 내버려 둬…무, 무서우니까….』
나는 서둘러 책상위에서 기어 내려와 책상 구석에 있는 RC카를 끄집어 냈다.
“우진아…!!”
『왜, 왜 불러?』
꽥! 하고 소리를 지르는 내 목소리에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눈치를 살피던 그에게 나는 그가 스스로 만들었을 것이 분명한 꽤 반짝거리는 RC카를 질질 끌며 보여주고는 최대한 환한 얼굴로 물었다.
“이거 리모컨 어디 있써~☆?”
…
“쳇, ‘그, 그거 비, 비싼 거니까, 조, 조심해서 다뤄야해…’는 무슨 조심해서 다루라는 거야?”
온갖 싫다는 소리는 다 해놓고 정체를 드러내면 안 된다며 RC카에 조그마한 상자까지 씌워서 리모컨과 내가 숨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준 우진을 향해 툴툴거리며 상자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밖을 보며 운전을 한다.
-기이잉-!!
상자 틈으로 새어오는 바람이 너무 좋아서 어느새 처음의 목적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버튼을 마구 눌러 가속을 한다.
이야! 이거 진짜 재미있는데?!
“캬하!! 달려라 달려!!”
-기이이잉~!!!
한 5분을 달린 것 같다.
조그마한 몸으로 RC카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달려서 도착할 목표는 바로 ‘내 집’, 적어도 어떤 상황인지 내 두 눈으로 파악을 하지 못한다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어서였다.
늦은 저녁시간인지라,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는데-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는 어른들의 눈은 손쉽게 피했고, 의외로 이 시간에도 어린애들이 바글바글한 어린이 놀이터도 시선을 피해 슬금슬금 지나쳤지만, 우연히 지나가던 트레일러트럭의 밑에서 의외의 적수를 만날 줄은 몰랐다.
그것은 바로 ‘도둑고양이들’이었던 것이다.
“캬앙-!”
-기이이잉!!
이, 이 자식이? 저리 안 비켜?
뭘 먹고 그리 큰 것인지, 배가 산만한 두 마리의 돼지고양이는 지나가는 길목 한가운데 완전히 드러누운 채 내 갈 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냐옹아~ 제발 비켜주지 않으련?”
『니야아옹-!!』
뒹굴~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고양이들, 애초에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옆으로 비켜서 가려고 하자 그쪽으로 드러누워 버리는 모습에서 동네 깡패 A 수준의 치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오냐, 한판 붙자는 거지?”
뒤틀리는 입술과 일그러지는 얼굴을 간신히 참으며 리모컨의 전속 전진을 누른다.
‘기이잉-!’하고 달려 나가는 RC카, 그리고 박스가 고양이의 털을 밟고 올라서자 고양이는 자지러지며 버둥거리지만, 차 밑의 좁은 공간에서 RC카가 고양이를 완전히 밟고 지나갈 때까지 어찌할 도리 따위는 없는 것이다.
『키야아앙-?!』
“밟아라 밟아!! 이얍! 이얍!!”
-기이잉! 기잉! 기이잉!!
후후후, 맛이 어떠냐. 얍! 얍!
한바탕 돼지고양이 No.1 을 밟고 지나가자,
옆에 누워있던 돼지고양이 No.2가 벌떡 일어나 이쪽을 경계한다.
물론 이쪽에게 밟힌 고양이 No.1도 자세를 바꾸고 공격 자세를 하는 가운데, RC카의 모터소리가 날 때마다 움찔거리며 언제든지 도망을 칠 듯한 모습이다.
“후후, 미안하다 고양이들아. 하지만….”
난 늬들하고 싸울 시간 없거든-?!
전력으로 방향을 전환해 차 밖으로 뛰쳐나간다. 고양이들도 쫒아온다.
하지만 상관없다. 5미터 전방에 보이는 내 집, 그리고 그 집에만 도착한다면 나에게 무서울 것은 없다. 왜냐하면 내 집 앞에는….
『월!! 월월!! 크르릉!! 월월!!』
튼실하고 몸도 좋은 잡종견인 ‘튼실이’가 집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캬오옹-!!』
『미야아앙-!!』
목줄도 걸려있건만, 튼실이의 우렁찬 울부짖음에 놀란 고양이들이 도망을 치는 가운데, 나는 RC카의 종이상자 뚜껑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와 오늘따라 너무나 반가운 튼실이를 향해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튼실아아아--!!”
『크르르릉….』
돌아온 것은 튼실이에게서 흘러나오는 정체불명의 분노와
내 안에서 느껴지는 이유모를 공포였지만 말이다.
…
“헥, 헥!! 아, 주, 죽을 뻔 했네!”
그러고 보니까 지금의 나는 ‘피규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조금 똑똑하고 몸도 좋은 잡종견인 튼실이라고 나를 알아볼 방법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비록 목줄을 하고 있었다지만, 나에게 달려드는 튼실이의 모습은 가히 괴수앞에 선 나약한 인간의 생명과 같았다.
『크르렁!! 크르르르….』
“튼실이 너 뒤졌어. 나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 나면 두고 보자….”
‘복날 개 패듯이 패줄 테다’라고 중얼거리며 늘 아주 조금 열어놓는 내 방의 창문의 틈을 통해서 낑낑거리며 기어들어가, 어째서인지 조금 열려있는 내 방문을 통해 거실로 숨어들어갔다.
『훌쩍…흐윽…. 훌쩍….』
누나가 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엄마가 누나를 다독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실로 살금살금 걸어와, 소파 뒤에 몸을 숨기고 부엌의 식탁 앞에 앉아 새우깡을 먹으며 소주를 들이키는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아니, 잠깐.
근데 왜 하필 새우깡을 먹으면서 울고 있는 거야.
소주는 왜 들이켜고 있는 건데.
누가 보면 청년 실업자가 신세한탄 하고 있는 꼴인 줄 알거 아냐?!
그리고 나는, 이어서 누나가 중얼거리는 그 말에, 나는 돌이 되어버렸다.
『엄마…, 훌쩍…엄마…재은이 어떡해…불쌍해서 어떡해….』
뭐, 뭐?!
『재은이는 괜찮을 거야, 이겨 낼 수 있을 거야…그러니까…하아…불쌍한 재은이….』
엄마의 깊은 한숨소리와 누나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에서 사형선고를 하듯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뭐, 뭐야? 내, 내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다리가 풀려서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엉금엉금 기어서 내 방으로 돌아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릎을 끌어안고 숨을 가다듬는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설마…설마…!!
그날 느꼈던 그 극심한 복통이, 그렇게 위험한 거였단 말이야?
병원을 안가겠다고 우기면서 버티다가 받은 벌이 이거란 말이야?
이건 너무 심하잖아!
우, 웃기지 마!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겠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괜히 눈물이 나오며 두근거리는 가슴에 창문으로 뛰쳐나오다가 나를 향해 울부짖는 튼실이를 향해 발밑에 걸리는 돌맹이를 주워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이 병신아!!”
『컹컹! 컹컹!! 크르릉!! 컹!!』
눈물을 뿌리며 밖으로 나오자, RC카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누군가 주워서 가져갔을 것이다.
“씨, 씨발, 흑, 욱, 윽….”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입술을 깨무는 가운데, 등 뒤에서 짜증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아….』
분명 보내주고도 걱정이 돼서 따라왔을 것이 분명한 우진의 커다란 몸이 이미 다 저문 어둠 속에서 가로등을 등진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훌쩍, 흑, 윽, 끅….”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저 등신 앞에서는 울지 않아, 절대 울지 않는다고!!
『괘, 괘찮ㅇ….』
“시끄러! 건들지 마!”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숨기고 눈물을 닦으며, 내 걱정이랍시고 쪼그려 앉으며 나를 잡으려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외투주머니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
“…아에?”
그날 우진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내 전용 집으로 숨듯이 들어가 잠들어 버린 이후로, 잠에서 깨어난 나는, 눈앞에서 보이는 새하얀 천장과 형광등의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 깨달았다.
아, 나 아직 죽은 건 아니구나.
원래 몸으로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몸이 심하게 아팠던 것일까.
그런데 목이 심하게 아프다.
오랫동안 잠을 자서 그런지, 목도 굉장히 마르고, 몸 여기저기도 아파오고 있었다.
특히 팔에 꽂혀있는 링거 바늘의 감각은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으윽, 아, 아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간호사가 잠깐 밖으로 나가 누나와 엄마를 불러오는 통에, 나는 그들에게 이 불공평함(?)을 토해낼 수 있었다.
“어, 어마…이, 이거 아파…빼줘….”
“미안, 재은아, 그럴 순 없어….”
씨발! 눈물을 그렁그렁하면서 날 외면하는 신파극 따위를 찍기 전에 이걸 빼달라고!! 아파!!
링거바늘이 살을 파고드는 고통, 분명 나는 몸 하나 까딱도 할 수 없는 건데, 왜 내 몸은 바늘에 이리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일까. 직접 빼려고 움직이려고도 했지만, 철근 같은 무게의 몸은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었다.
…특히 하반신은 아예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누, 누나…아, 아파…이거…빼, 빼줘….”
“재은아…흐윽….”
“후욱, 지, 진짜… 후욱! 후욱…!!”
으아아아악!! 씨발 진짜!! 쳐 울지 말고 이 링거바늘이나 빼 달란 말이야!!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분노에 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가운데, 뒷목에서 느껴져 오는 ‘띵’한 감각과 함께 퓨즈가 나가버렸다.
아아, 오히려 이게 잘 된 것일지도.
분기탱천하며 씩씩 거리는 얼굴로 ‘피규어’로 돌아온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당분간은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라고 별님께 소원을 빌었다.
…
『조금 있으면 방학이야.』
“응.”
『언냐! 소미도 방학이다-☆!』
“응-☆!! 언니도 기뻐-☆!!”
‘뭐, 뭐야 이 공기의 차이는…’이라며 훌쩍 거리며 구석으로 기어들어가는 우진을 뒤로 한 채, 나는 신이 나서 소미의 커다란 손에 하이파이브를 한다. 아, 우선 좋아하기는 했는데,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라서 곤란하다.
우선 계획해 둔 것은 두 가지.
1. 인간으로서는 절대 불가능 한 놀이를 마음껏 만끽해본다.
2. 저 무능한 잉여돼지를 구제해서 사람으로 만들자.
힐끗 우진의 등짝을 보며 그렇게 생각을 하고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본다.
우선 우진 저 자식은 인간이 ‘눈치’가 없다. 남이 부탁을 하면 곧이곧대로 들어주지를 않나, 사람이 좋은 것은 이해하겠는데, 문제는 남이 그걸 악용하려는 것인지, 순수한 부탁인지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착한 것은 좋다.
눈치가 없으면 호구취급을 받는 것이다.
둘째, 뚱뚱해!! 키는 분명 170이 넘고, 아직도 계속 크고 있는 듯 한 녀석이 어째서 저렇게 뚱뚱한 걸까? 살을 좀 빼야 무시를 당하지 않을 거 아닌가?
이 나라 이 사회에서 뚱뚱한 사람보고 대접해주는 거 봤나?
아니지. 날씬해도 얼굴이 안 되면 욕을 쳐 먹는데, 뚱뚱하기까지 하면 어떨까?
셋째, 자존심이 없다. 누가 밟으면 그대로 밟히고는 내가 이겼다라고 생각하며 헤헤 웃는 타입의 전형적은 ‘참자족’이다.
분명 이 녀석과 함께하는 친구나 연인이라면 그것이 이 녀석을 대하는데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겠지만, 이 녀석을 악용하려는 녀석들에게는 좋은 호구 한 마리일 뿐이며, 우진 이 자식 자기 자신한테는 결국 손해 보는 장사라고.
내 사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밟으면 꿈틀한다. 물리면 상대가 걸레가 될 때까지 물어준다.’
성질은 더러워 보여도, 이 회로가 두뇌에 존재하지 않으면 온갖 병신 같은 새끼들이 사람을 물로 보는 게 이 사회라서 말이지.
역시나 겨우 중학생이고, 이번 겨울이 지나면 고딩이 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라고, 여러 가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저놈을 어떻게 하면 쓸만 한 인간으로 만들까를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결국 하나로 모아졌다.
‘저 놈의 살을 빼게 만든다.’
그래, 그게 바로 답인 것이다.
살을 빼면 자신감이 살아날 테고, 살을 빼면서 붙은 근육 때문에라도 쉽게 싸움에서 쳐 맞고 다닐 일도 없을 테고, 눈치는 내가 가르치면 되는 거고….
만족스러운 계획을 몇 가지 세우고 뿌듯한 감정마저 한껏 느낀 나는, 크게 헛기침을 하며, 우진의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고는 당당하게 소리쳤다.
“에헴! 우진아! 나 고무동력 비행기 만들어줘!!”
……물론 우진을 개조(?)하는 일은 실컷 즐기고 난 뒤 이야기다. ☆
# by | 2009/07/01 07:44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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