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30일
티아☆푸딩케잌 하우스! #4
# 4
“으아악 대체 뭐냐고 그게!!”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머리를 쥐어 싸매며 좌절했다.
그 자리에서 자빠진 채로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을 거 아냐!!
으아악 씨발 민망해!! 소미도 아니고 왜 하필 그 돼지 앞에서 그랬냐고!!
이대로 다시 ‘그곳’으로 갈 수도 없다.
분명 그곳으로 가면 날 움쳐 쥐고 내려다보는 돼지의 징그러운 얼굴이 보일 것이 분명한 것이다.
제, 제길, 그곳에 가면 뻔뻔스럽게 있어야 하는 건가.
손톱을 깨물며 생각해도 그 때의 민망한 상황을 만회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우욱…또, 또 아프네….”
결국 날밤을 새운 나는 덕분에 더욱 심해지는 복통을 느끼며,
진통제를 한 움큼 씹어 먹고 학교를 향해야 했다.
“재은아, 너 어제 뭘 한 거냐?”
“벼, 벼락치기…”
‘…일지도’ 라고는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푸르뎅뎅한 죽어가는 얼굴로 두 번째 시험을 치르는 내 모습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철호에게 피식 웃어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시험에 임했다.
사실, 아침부터 매우 좋지 않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복통이 매우 심해졌다. 평소보다 아주 심하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두통도 간간히 찾아오고 있지만, 그것보다도 약이 없으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아프면 가지 마 재은아. 엄마가 선생님께 말해볼게.’
‘그래 이 등신아! 그러다가 큰일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 겨우 중학교 기말고사 가지고….’
그딴 거 필요 없다.
대한민국의 자식이라면 어떻게든 봐야 하는 게 시험이다.
좋은 고등학교를 못가면 좋은 대학교를 갈 수 있는 문이 좁아진다.
그것보다도 더욱이 견딜 수 없는 건, 남들은 다 보는 시험을 나 혼자 빠진 다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야, 얌마 너 괜찮아?”
“크윽…주, 죽을 거 같아….”
물론 시험이 끝나는 종소리와 동시에 답안을 제출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복통을 호소한다.
아, 내가 시험을 어떻게 봤는지 채점은커녕 내가 시험을 본건지 고문을 당한건지조차 분간 할 수 없건만, 약효가 서서히 떨어져가는 것인지 극도로 날카로워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다.
교실이 발칵 뒤집히는 것은 둘째 치고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도 분간 할 수 없는 가운데, 어떻게 업혀서 어떻게 어디론가 간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디론가 이송되었다는 것만은 기억한다.
물론 그 뒤 내가 도착한 그곳은 병원이겠지.
어렴풋이 떠오른 의식이 주변을 탐색하며 깨달은 감각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다.
새하얗고 지독한 소독약 냄새가 진동을 하는 그곳.
가장 싫어하는 곳이자, 두려워하는 그곳.
흐릿하게 보이는 사물들 속에서 희미하게 엄마와 누나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ㅇ…아!! ㅇ…아아-!!』
『엄ㅁ…진ㅈ…!! 재ㅇ…괜ㅊ…!!』
뭐야, 뭐라는 거야.
씨발 말을 하려면 좀 크게 하란 말이야….
눈앞을 새까맣게 매우는 어둠 속에서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잠이 듬과 동시에, 나는 ‘그곳’에서 깨어났다.
…
“오, 오에?!”
잠에서 깨어나자 눈앞에서 보이는 것은 시커먼 어둠. 그리고 불편하고 온몸을 찔러오는 다양한 물건들, 그리고 답답함. 바동거리며 열심히 편안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 하던 도중, 하늘위로 새하얀 빛줄기의 틈이 보이는 것을 느껴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손을 뻗어 탈출을 꾀했다.
―쏘옥!
“우하! 드디어 살았다!”
쾌쾌한 냄새와 불편함을 한 번에 날려주는 시원 상쾌한 공기.
하지만 그곳에서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던 사실을 곧 후회하게 되었다.
『웅성웅성』
수많은 학생들의 웅성거림과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얼굴들.
아니, 익 . 숙 . 한 얼굴들.
아, 서, 설마….
『야, 야, 그거 들었어? 재은이가 병원에 실려 갔데?!』
『어, 진짜? 어쩐지 걔 오늘따라 표정이 무진장 안 좋더니?』
『급성장염이라던데?』
『걔 만성 장염 아니었어?』
“히, 히익! 이것들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순간 당황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즉시 내 처지를 깨닫고 원래 구멍으로 몸을 숨긴다. 쾌쾌하고 불편한 종이와 연필의 냄새가 주변을 가득 매우고 있는 이곳은 분명 ‘돼지’의 가방이겠지?
『어? 방금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어정쩡하게 개그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분 탓이겠지’로 무난하게 상황이 너머 가자, 나는 일단 몸을 체크한다.
딱히 변한 부분도 없고, 이틀 전 밤에 소미가 준 노란 원피스를 입고 있는 것 까지도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다른 것이라면 겉옷 외에 옷 속에 아주 이물질 적인 감각이 느껴진다는 것인데….
“아….”
우진 이 자식, 나한테 속옷을 입혔겠다.
치마를 걷어 올리자 새하얀 팬티가 눈에 들어온다.
원피스의 어께 끈을 벌리며 그 속을 보자 역시나 새하얀 브래지어가 눈에 들어온다.
조그마한 인형한테 무슨 속옷이 필요 하다고?!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자식?
소름이 오싹 돋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가방이 크게 흔들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너머져 버렸다.
“캬앗?”
한참을 마구 흔들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방끈을 열고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돼지의 거대한 얼굴이 하늘을 모조리 매우고 있었다.
아, 물론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것으로 봐서는 딱히 이곳이 하늘을 볼 수 있는 장소라고는 생각되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끄, 깨, 깨어난 거야?』
“당연하지 변태 오타쿠.”
『스, 쉬이잇-!! 조용히!』
“아앗, 잠깐, 가방 문 닫지ㅁ…으캬악!!”
우당탕하고 굉장한 흔들림과 함께 수많은 소음 속을 스쳐지나간다.
개중에는 『눈 똑바로 뜨고 다녀 이 병신 새꺄!』같은 어딘가의 익숙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열심히 가방 속 잡동사니들 -필통 책-기어 올라가 살짝 열려있는 지퍼의 틈으로 얼굴을 내밀자, 학교의 복도를 빠르게 지나 막 자전거 주차장으로 내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 근데 얘가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나?
구석진 곳에서 꺼내는 오래된 자전거.
굉장한 구식이라 기어도 없는 그 녹슨 자전거의 모습에 나는 굉장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굉장한 구식”
『시, 시끄러, 이래 뵈도 10년은 타, 탔다는데, 아직도 멀쩡하다고…!』
뚱뚱한 몸에서 어떻게 그리도 재빠른 행동이 나올 수 있는 건지, 자전거 주차장에 도착한지 2분 만에 우리는 학교에서 빠져나와 빠르게 하교를 하고 있었다. 빠르게 멀어지는 학교의 정문을 보며 시원한 바람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는 은근슬쩍 우진이를 떠 보았다.
“흐응, 근데 청소 안하고 하교해도 되는 건지…?”
『딸꾹!』
반응은 직통이었다.
“그래서 어디가는 건데?”
『으, 응, 저, 저기, 동호회….』
순간 ‘핑!’하고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줄기 빛, 그리고 불안함이 엄습해옴과 함께 우진의 가방의 틈을 비집고 빠져나오며 소리쳤다.
“자전거 멈춰!!”
『어, 으, …에?』
불편하게 통통한 엉덩이를 간신히 빼내자, 수월하게 가방에서 쏙 빠져나온 나는, 우진의 어께로 기어 올라가 귀를 잡아당기며 귓구멍에다가 대고 소리를 꽥 질렀다.
멈추라고!! 이 바보 야아!!”
『흐, 흐히이익-?!』
‘끼이익-!!’하고 아슬아슬하게 넘어지는 것을 모면하며 멈추어선 자전거와 그 반동으로 그의 귀를 본의 아니게 잡아당기며 공중을 부유하는 공포를 느꼈던 나는 서둘러 그의 교복 외투의 가슴포켓에 하반신을 숨기고 우진을 노려보았다.
『아, 아야야야…아이고 귀야… 뭐, 뭐, 뭐야 갑자기!!』
한동안 귀를 부여잡고 눈물을 쏙 빼는 돼지가 도끼눈을 하고 노려보자 나는 그에 맞서 최대한 얼굴을 구겨, 더러운 인상을 만들고 근처 편의점을 향해 손짓했다.
“들어가.”
『…….』
지긋이 나를 노려다보는 뚱보는 말이 없다.
어쭈, 내가 안 무섭다 이거지.
아, 무서울 리가 없구나. 이 몸으로는….
얼굴은 찡그렸어도 고분고분 편의점으로 들어온 우진은 컵라면을 하나 사들고 물을 넣고 편의점 구석의 의자에 가 앉으며 가방을 반쯤 열어 놓은 채, 나를 주머니에서 끄집어내 내려놓고 가방을 향해 손가락질 한다.
어디다 대고 명령질이야, 이 돼지가.
“내가 저기 들어가기 전에 할 말이 있지 않아?”
『무슨 소리야?』
컵라면의 뜨거운 열기도 참은 채, 컵에 기대며 두 다리를 쭉 뻗고 최대한 인형처럼 보이게 앉으며, 입만을 뻐끔거렸다.
“동호회에는 왜 가는데.”
『왜 가냐니… 그, 그, 그러니까….』
“가서 피규어 자랑하려고?”
『………….』
“그리고 자랑하려는 피규어가 바로 ‘티아’겠지요? 아버님?”
『………….』
눈을 가늘게 뜨고 갑작스럽게 소녀풍으로 비꼬자,
고개를 숙인 채 좀처럼 말을 잇지 못한다.
허어, 그럼 그렇지 이 머리 짧은 놈아.
공부는 그렇게 잘 하면서 어떻게 그건 생각을 못하는 거냐.
“티아가 살아있는 피규어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사, 사, 사, 삼인칭으로 말하지, 지, 하지 마…무, 무섭게 스리….』
“헤에~? 그럼 대놓고 말할게, 살아있는 피규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내 입장은 어떻게 될까?
『……….』
“살아있는 피규어를 만드신 정우진은 어떻게 될까?”
『어, 음…유명해져?』
손에 저 빈 머리통을 때릴 수 있는 도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럼 아버지,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아버지가 티아를 만드시고 그 후에 만드신 피규어는 몇 개일까요?”
『어, 음…한개 완성했고 하나 만드는 주ㅇ…….』
그렇다, 저 돼지는 나를 완성한 이후에도 벌써 두 개째의 피규어를 생산해내는 중이었던 것이다. 손이 빠르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괴물이라고 해야 할까. 다만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다.
“그럼 질문 둘, 제 동생들은 살아 있을까요, 아님 그냥 피규어일까요.”
『조, 존댓말 하, 하지 마, 무, 무, 무섭……………그, 그냥 피규어….』
내 가느다란 눈초리에 ‘후우…’하고 한숨을 쉬며 결국 대답을 하는 우진.
여기까지 왔으면 자신의 상황이 어떤지는 바보라도 알게 될 것이다.
“티아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정우진이 자신이 ‘생명이 담긴 피규어를 만드는 자’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몇 개나 있을까.”
『…없어.』
“티아의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정우진이 거짓말쟁이로 매도될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매우 높아.』
“설령 사람들이 믿어준다고 해도, 존재가 알려지게 된 티아는 어떻게 될까.”
『………수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
-후우, 크게 숨을 들이쉬며 잠시 다음 질문을 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티아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보는 즉시 대부분이겠지….』
“그럼 티아는 어떻게 될까…?”
『……………팔리거나 도난당하거나 강탈당하거나….』
그건 니 시점에서이고!!
내 시점에서는 어떻겠냐고 이 자식아!!
“만약 티아가 운이 나빠서 아. 버. 지의 잘못된 처신 때문에 ‘노. 예. 계. 약’에 의해, 잘못된 ‘주. 인’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다.
그래, 그렇게 앉아서 반성 좀 해라 이 머저리야.
-띵동!
『어서오세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바보의 한심한 모습에 슬금슬금 주변의 눈치를 보며 가방 속으로 기어들어가려는 도중,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저기…, 팔팔하고 참이슬 좀 주세요….』
‘누나?’
어째 편의점의 구조가 낯이 익다 싶었더니, 누나가 대학교를 가는 길목에 존재하는 편의점이었다. 그리고 대낮부터 소주와 담배를 찾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순간 ‘저쪽’의 내 ‘진짜 몸’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 나 병원으로 실려 갔던 것 같은데-?
아, 서, 설마?
평소와는 달리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긴 치마를 입은 데다가 우울한 표정, 그리고 그녀가 사는 물건들에서 강렬한 불길함을 느끼며, 나는 서둘러 우진의 외투의 옆 주머니로 뛰어 들어갔다.
『어, 어? 왜, 왜 그래?』
“쉿! 조용히! 저기 저쪽에, 누…아니 언니 보이지?”
『어? 어, 어, 응….』
스스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누나를, ‘언니’라고 매우 불편함을 느끼며 지칭하자 우진은 그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순식간에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다급함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띵동!
“따, 따라가!! 저 언니 따라가!!”
『어? 어?! 오, 왜?! 왜 따라가? 아, 아직 컵라면도 아, 안 먹어ㅆ…아, 알았어. 가, 가면 되잖아!!』
금방이라도 물어버릴 것 같은 사나운 불독의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자, 마지못해 컵라면을 들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는 우진. 자전거를 타며 라면을 먹는데다가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대단한 묘기를 보여주며 벌써 저 멀리 떨어져버린 누나의 뒤를 허겁지겁 따라간다.
『후릅! 후르릅! 요, 요우기야(여, 여기야)』
한손으로는 국물과 라면을 함께 마시며, 한손으로는 자전거를 운전하는 묘기를 보여주며 누나가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함께 본 우진은 벌써 면은 다 빨아먹은 것인지 국물을 후르륵거리며 날 내려다본다.
돼지야, 너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놈이다.
질린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던 나는 누나가 들어간 내 집의 정문을 보며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야 했다.
도대체…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 by | 2009/06/30 10:48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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