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Sourjelly Apple Pudding House!!

뿌잉뿌잉

☆★1★☆
링크신고는 여기에 해주세요

☆★2★☆
이 블로그는 마이너함이 극에 달해서 광산을 이루는 곳입니다.

☆★3★☆
집주인은 하오체를 제외하면 어떤 채팅용어든 관대하게 받아들입니다.

☆★4★☆
언제나 즐거운 하루되세요



=============================================================================================================

by Sourjelly | 2010/12/31 23:59 | ----공지--- | 트랙백 | 덧글(3)

티아☆푸딩케잌 하우스! #11

 

# 11



첫날에는 그나마 그럭저럭 유진이의 진통제 덕분에 어떻게든 넘어간 거 같건만, 그 이상의 난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으으…. 아우우우….”


창백해지다 못해 새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아랫배를 쥐고 칠판을 노려보았다.

간밤부터 시작된 생리통이 내장을 후벼 파는 통증을 안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그렇게 심해…?”

“아, 아파아아….”

“난 그렇게 생리통 그렇게 심한 타입이 아니라서 모르겠는데….”


연지의 안타까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까짓 고통에 질 수 없다는 근성 하나만으로 칠판을 노려보고 있건만, 정작 노려보는 칠판에 써 있는 글씨들은 울렁증과 통증에 단 한글자도 읽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기, 지영아, 너…진짜 괜찮아?”

“아, 아우으으…괜찮아, 그러니까, 걱정 하지ㅁ…으우욱….”

“……지영아, 너 그런 얼굴로 안 아프다고 하면 설득력이 우주로 가버린다는 거 아니?”


힘은 있는 데로 빠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어떻게든 뒤틀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이 아픈 통증이 아랫배에서 살살 찾아오는 상황에, 옆자리에서 날 보고 있는 연두가 “넌 생리를 할 때 얼굴이 총 천연색으로 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구나.”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지영아 그냥 양호실 가, 보는 내가 아파서 못 견딜 것 같아….”

“그, 그러면…연두야아…나중에 노트 좀 보여줘-어….”


슬리퍼에 찍힌 바퀴벌레마냥 바르르 떨며 부탁을 하자, 연두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생님을 부른다.


“선생님, 지영이 너무 아픈 거 같은데 조퇴하면 안 될까요.”

“아니 얼마나 아프면 양호실도 아니고 조퇴를 부탁하는 거냐? 담임선생님 불러와야 할 정도야?”

“선생님이 좀 와서 보세요.”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울렁거리는 속과 창자를 잡아 뜯는 고통 속에서 어느 순간 다가온 과학 선생님의 거대한 얼굴이 눈앞을 모조리 차지하는 느낌에 공포를 느끼며 실신했다.

선생님, 얼굴 너무 가까이 들이대지 마세요. 그 얼굴 무서워요.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다시 병원이다.

처음에는 이곳이 양호실이 아닐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익숙한 형태의 천장과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이름’의 의사선생님 목소리가 들려와 금세 병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 깨어났네. 김재, 아니 김지영, 아무래도 넌 전생에 가마니 쌀이었던 거 같다. 허구한 날 들려오고 실려 오고….”

“시끄러워요, 이제는 대놓고 반말 까시네요 고자선생님.”


아픈 머리에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서니, 매스를 들고 누군가의 머리에 콱 찍어버릴 기세인 심영선생님이 간호사 아줌마의 손에 붙잡혀 버둥버둥 거리고 있었다.


간신히 상황을 수습하고 매스를 잃어버린 심영선생님은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인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다.


“너 나랑 전생에 무슨 악연이라도 있었던 거냐?”

“저도 지금 막 그 생각하고 있었지요.”

“아나, 너 진짜 민폐인거 알지?”

“선생님은 존재 자체가 주변사람한테 민폐에요.”


“어허, 이거 어째 꿈인거 같은데 어디 꿈인지 한번 알아봅시다.”하고 분노로 가득찬 손을 서로에게 뻗어, 뺨을 꼬집고 잡아당겼다.

양 볼이 빨갛게 붓도록 말이다.


“헉, 헉, 아픈 거 보니까 꿈은 아니구나.”

“하아, 하아, 다 죽어가는 환자 뺨을 꼬집어 놓고 잘도 주절대시네요.”


분노로 서로를 노려보던 선생님과 나는 결국 다시 환자와 주치의 모드로 돌아가 상담자와 조언자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사실 이건 내 소원이고.


“또 영양실조에 생리 중 출혈로 인한 빈혈이야. 이런 일가지고 병원을 올 일은 없다만, 네 부모님이 기겁을 하고 데려왔잖냐. 넌 대체 뭘 먹고 사는 거냐? 네 부모님 말씀으로는 냉장고에는 먹을 거가 한가득 들어있다던데. 그거 안 먹을 거면 나랑 호적 바꿔서 살지 않으련?”

“선생님도 고자 되시면 생각해 볼게요.”


투타타타타탓! 하고 둘이서 서로의 뺨을 지칠 때까지 때렸더니, 저 인간은 내 얼굴이 양 볼이 퉁퉁 불어서 붕어가 될 때까지 때려버렸다. 물론 저 인간 얼굴이라고 내 얼굴의 상태와 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양제 처방 내려줄테니까, 밥을 못 먹을 것 같으면 그거라도 먹고 다녀. 그리고 생리통이 그렇게 심해?”

“…거기가 빠질 것 같은 느낌인데요.”

“난 내 거기를 빠지도록 잡아당겨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굳이 경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선생님도 여자가 될 때까지 잡아당겨 드릴 의향이 있는데….”


눈 밑에 다크 서클을 달고 웃으며 언제든지 잡아당길 자세를 취하자 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 발짝 물러서고는 당랑권의 자세를 취하며 나를 경계한다.

해볼 테냐?! 한판 붙어볼 테냐?!


“아, 지금에 와서 말하는 건데, 넌 왜 늘 증상에 ‘훼이크’가 있는 거냐? 생리가 엄청 심하다 출혈이 심하다 해서 기능성 자궁 출혈이라도 난 줄 알고 기겁을 했더니…!”

“………?”


“…후우, 됐다. 너랑 이야기 하는 내가 바보다. 어쨌든 몸 상태가 그 정도로 심할 때는 그냥 병원 와서 내 이름 불러라. 일단 널 위한 것이었다고는 해도 수술은 내 책임이기도 하고, 어쨌든 아는 의사들까지 동원해서 네 건강은 다 챙겨줄게.”

“그런 건 진작 챙겨주면 어디 덧나나요.”

“넌 참 줘도 지랄 안줘도 지랄이구나.”


아따 고 참 말 한번 컬러풀하게 하시는 구만요.

그리고 그 말은 누나한테서 지겹게 들어본 말입니다요.


“그 말 언니한테 자주 들어요.”

“그럼 좀 고쳐!! …하아, 어쨌든 네 친구들이랑 너 업고 온 애 와있으니까 같이 가라.”


내 친구들은 친구들인데, 날 업고 온 애는 또 누구야?

당연하지만 곧 그 답을 알게 됐다.


“아, 유진이, 연두, 수미, 다혜, 미영이…얘들아….”


어쩐지 남자새끼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조금 마음에 아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날 감동시켜주고 있었다.


“얘들아…윽!!”

“지영아! 이 오빠 걱정했잖니!”


친구들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등 뒤에서 나를 와락 끌어안는 정체불명의 1人, 아니 그건 알고 싶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저기…유진아.”

“철호야, 한대 맞고 그 손 놓을래? 아니면 두 대 맞고 그 손 놓을래?


자신들을 보고 화색이 돌던 내가 등 뒤의 인물 때문에 분노와 함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며 울먹이는 모습에 급격히 얼굴이 굳는 여자아이들. 더불어 유진이의 살인미소가 새하얀 이빨과 함께 반짝였다.


“어, 음, 그, 그냥 안 맞고 이 손 안 놓는 선택지는 없는 겁니까?”


성큼성큼 걸어와 내 등 뒤의 정체불명의 1人의 목덜미를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유진이.

덕분에 나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이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으며 모일 수 있었다.


“지영아, 미, 미안, 나 쟤 니가 쓰러졌다는 말에 선생님 허락도 안 받고 학교에서 뛰쳐나와서 병원 데려다 준 애라서 네 친한 친구인줄 알았는데….”


수미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유진이와 철호가 사라진 병원 모퉁이를 보며 말 했다.

잠깐, 그럼 저 자식이 날 업고 왔단 말이야?


“………그럼 쟤(철호)가 날 업고 온 거야?”

“으, 으응. 뭐, 학교에서 데리고 나온 건 쟤 맞지만, 조퇴 허가 받기위해 너희 부모님한테 연락한건 연두니까, 오히려 연두이지 않을…까?”

“아, 여, 연두야….”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돈다.

남자새끼들 사이에서 있을 때는 겪어보지 못했던 끈끈한 우정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한편으로 나는 이유모를 씁쓸함과 우울함이 내 몸을 짓누르는 것을 떨쳐낼 수 없었다.




“돼지야”

『………….』

“우진아”

『………….』

“아빠아-!”

『………왜 자꾸 그래?』


대부분의 주변이 불빛을 잃어버리는 늦은 밤,

열심히 피규어를 깎고 있는 우진이가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나를 내려다보자, 나는 고개를 가로로 살짝 꺾으며 질문했다.


“오늘 학교 어땠어?”

『얼레, …………무슨 소리야?』

“뭐 특별 한 일 없었어?”

『………없었어.』


오호라 별일 없었단 말이지, 이 몸이 빈혈로 기절하고 부모님이 완전 기절초풍을 해서 병원으로 데려가셨다 던데.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란 말인가?


“누구 아픈 사람은 없었어?”

『…그건 왜 물어봐?』


이 둔탱이가? 니 반에 있던 사람 한명이 나가떨어졌었다고?

걱정은커녕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던 거냐?!


“바보얏!! 아구!!”

『으따앗-!! 왜 깨물어?!』


너 같은 머저리 정말 짜증나!!

사람이 그렇게 아팠는데 눈길, 아니 누가 쓰러졌는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단 말이야?!

이 바보 등신 죽어!!


“흑, 우, 으아앙-!!”

『엑, 윽, 왜 왜 그래?! 왜 울고 그래?』


왜 내가 화를 내는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

감정의 기복을 조절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제멋대로 우진이에게 화를 내고 불평을 하고 있었다.


분명 현실에서 나는, 우진에게 ‘모르는 사람’ 일 텐데.

어째서, 지금의 나는 이렇게 이자식이 날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두근!!


그 순간,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우진이 깎고 있던 피규어가, 그리고 그 외의 다른 피규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보고 있다’


그들은 나를 보고 있다.

일제히 나를 향해서 시선을 향하고,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심령사진에서나 나오는 그런 무서운 얼굴이 아니다.

왠지, 걱정된다는 듯, 안쓰러워 하는 표정으로 ‘울지 마’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왜 그런지 말을 좀 해봐.』

“윽쿠, 쿠, 훌쩍…아우…바보야…나, 아팠는데…윽, 흐윽….”

『엑, 그럼 왜 말을 안 한 거야? 주머니에 있었으면서?!』

“쿠응…몰라, 후아앙…!!!”


「울지 마.」


순간 머릿속을 울리는 한 쌍의 목소리.

우진의 손에 들려있던, 아직 투박한 피규어가 꿈틀거리며 삐걱삐걱 일어나, 책상 구석에서 훌쩍이며 쪼그려 앉아있는 나에게 걸어왔다.


『어? 우, 우왁?!』

-쿠당탕!!


남자 형태의 인형은 이미 완성되어 구석에 앉아 자신의 남매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여자 형태의 인형은 아직도 아직 얼굴조차 완성이 되지 않은, ‘구체 관절인형’을 형태지만 좀 더 사람을 닮은 인형이었다.


『에, 엑?! 또? 또 살아 움직이는거야?!』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우진이는 뒤로 벌러덩 넘어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론 나라고 놀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가족을 끌어안듯 나를 감싸안아주는 그 여자인형의 행동에 넋을 놓고 있었다.


「울지 마 언니.」

“흑, 우우…아아아…우아앙…!!”


그렇게 속삭이는 피규어의 모습에, 나는 안심하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녀의 품에서 마구 울었다.

울고, 울고, 또 울어서, 지쳐서 잠들 때까지 아직 형태조차 갖추지 못한 인형은 나를 쓰다듬어 주며,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다독여 주었다.





「안녕 누나」

“캬아아앗----?!”


나는 ‘저쪽에서’ 한참을 울 던 뒤에 지쳐서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또다시 충격에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내 몸을 던져야 했다.


금발의 짧은 머리, ‘조그마하고’, ‘홀딱 벗은’ 사람이 눈앞을 한가득 하게 매우고 있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왜 그래? 내가 무서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리에서 서서 자신의 몸을 둘러보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어께를 으쓱하고는 질문을 하지만, 피규어는 커녕 오타쿠스러운 취미의 물건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 내가 눈앞에 있는 피규어를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 너, 피, 피, 피규어?”

「아, 응? 그런가? 내가 피규어라서 무서운 거야?」


-쾅!!

“왜 그래 지영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와 누나, 그리고 침대 위에서 인형 흉내를 내고 있는 저쪽을 보니 나는 순식간에 잠꼬대로 자지러진 바보가 되었다.


“아휴, 정말 얘가 사람을 놀래게 만드네.”

“엄마 깜짝 놀라서 심장 떨어질 뻔했잖아!!”

“아, 아니 저기, 그, 그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팔을 파닥거리며 열심히 설명을 해보려고 머리를 굴렸지만, 따지고 보니까 저 인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사실이 밝혀져, 아무 말을 할 수 없게 된 나는 오히려 더 바보취급을 받았다.


“엄마, 앞으로 지영이 생리할 때는 격리조취 시켜야 할 거 같아.”

“정말이야, 애가 왜 이리 사람을 놀래게 만드니….”


중얼중얼 내 호박씨를 까며 다시 자러 들어가는 엄마와 누나.

내가 그렇고 싶어서 그랬냐고?! 왜 다들 날 똥 싼 애완견 취급하는 거야?!


-달칵!


방문을 닫고 이제 다시 꼬물거리며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인형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누구야?”

「에? 무슨 소리야?」

“너도 다른 사람의 영혼이 들어간 이름 모를 피규어 A겠지?”

「응?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누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피규어를 보며 나는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나의 케이스를 생각하자면, ‘피규어’가 움직이는 경우는 나처럼 피규어와 모종의 관계 때문에 ‘연결’되어 있어서, 잠이 들면 저쪽에서 피규어가 되어 움직이는 게 아니었나?

하지만 이 피규어는 자신에게 ‘본체’라는 것은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다.


얘가 거짓말을 하는거야? 아니면 진심인거야?!


“거, 거짓말 하는건 아니겠지?!”

「내가 누나한테 거짓말을 해서 뭐가 남는데?」


빙글빙글 웃으며 침대 위에서 앉아있던 피규어는 마치 이곳이 자신의 장소라도 되는 듯이,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바로 침대에서 ‘깡총’ 뛰어내려와, 책상서랍을 잡고 기어오르더니, 이내 책상 위에서 자신의 가슴을 탕! 두드리며 외쳤다.


「내 이름은 ‘양화’, 나는 ‘누나 자신’이야.」

“………뭐?”


그의 한마디에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패닉에 빠졌다.



by Sourjelly | 2009/07/05 04:21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0)

엄마 나 목매달... 아, 아니 은매달 땄어!







그나저나 로맨스 소설 란에 하나비님은 참 대단한 분인듯...

맨날 추천 100개씩 꾸준히 받으시는거 보면...ㅜㅜ

랭킹 포인트가 넘사벽이라서 금매달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그곳인듯....


by Sourjelly | 2009/07/04 11:09 | 잡담 | 트랙백 | 덧글(0)

티아☆푸딩케잌 하우스! #10

 

# 10


“커, 커헉-! 내, 내장이 빈대떡이 됐어….”

“아, 미, 미안, 그,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무려 각혈까지 하며 쪼그려 앉는 것으로도 모자라 부들부들 떠는 철호의 모습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다가가 잡아…주려고 했지만, 이내 벌떡 일어서며 “이것은 훼이크다!!”라고 외치는 그의 명치에 추가타로 펀치를 날려줬다.


급소를 정면으로 얻어맞은 철호의 허리가 기억자로 꺾이며 부들부들 떨었다.


“우읍, 머 먹은 거 도로 올라올 거 같아….”


장난을 할 때와 안해야 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뇌에게 필요한 영양분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진심으로 바들바들 떨며 주저앉아버린 철호는 처음의 그 느끼한 얼굴은 지워버리고, 평소의 그 병신력이 흘러넘치는 바보로 돌아와 있었다.


“후- 야, 너 진짜 너무하다고. 도와줬는데 돌아오는 건 펀치라니….”

“자업자득이지 새끼야.”


철호에게서 등을 돌리고 비웃다가, 순간 나는 내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무심코 평소에 철호를 대하던 방식으로 말해버렸다.


“어?…………………김재은?”


그리고 그 한마디에 단숨에 나를 알아보는 저자식의 판별력을 저주하며 빙그르 돌아서 방실방실 영업용 미소를 지어준다.


“갑자기 때려서 미안해! 갑자기 당황하게 만들어서 나도 모르게 때려버렸어….”

“저기, 보통 사람이 당황하면 주먹을 날리거나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시끄러, 에잇 엑스트라 펀치다.

발랄하게 웃으며 철호의 가슴에 솜방망이 펀치를 날려주고는 역시나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팔랑팔랑 파닥파닥하며 꽃들과 함께 도주한다.


큭, 뒤 돌아보지 말자. 돌아보면 지는 거다.

5초 뒤에 들려오는 시간차 후폭풍에 나는 귀를 틀어막고 화장실로 도망갔다.


“크윽! 마이 하트!! 베이비-!! 이 몸에게 하트 브레이크 쇼트를 날리다니!!”


후, 그래 네 맘대로 생각해라.




『오빠! 소미 키 재 줘!』

『응? 그러고 보니까 소미 키 재본지 꽤 됐구나.』


지금이야, 지금밖에 없어, 지금이 최대의 실험 찬스라고!!

자꾸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이를 악물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오늘에야 말로 밝히고 말 테다, 이 이상한 기분의 정체를.


『111센티미터, 소미 키 많이 컸네.』

『응! 소미 키 컸다!』


키 측정을 위해 붙여놓은 듯 한 청 테이프 앞에서 키를 재고 있는 소미와 우진이를 아까부터 두근두근 하며 쳐다보고 있던 나는 용기를 내서 소리쳤다.


“나, 나, 나도 키 재고 싶어!!”

『엑…?』


처음에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우진, 그리고 이내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그리고는 의미를 알 수없는 무표정으로 변하더니, 이내 나를 외면한다.

뭐, 뭐야 그 행동의 의미는?!


『저기, 피규어가 클 리도 없고….』

“아냐!! 피규어도 자라!! 자란다고!! 나도 푸딩 열심히 먹었단 말이야!!”

『맞아! 오빠 언냐 괴롭히지 마!!』


‘아, 아니 딱히 괴롭히는 거 아닌데’라고 말하면서도 내 복잡한 감정이 담긴 시선을 외면하는 우진. 내가 이렇게 억지까지 부리면서 내 키를 재줄 것을 요구하는데 왜 거절을 하는 거야?! 나도 절박하단 말이야!!


『그, 그래도…그 키에서 자라봤자 얼마나 큰다고….』

“시, 시끄러! 시끄러!! 나도 키 잴 꺼야!!”

『알았어 하면 되잖아….』

-두근!


‘어쩔 수 없네’라는 표정을 우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두근거림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그가 자를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동안에도, 그 소리를 서서히 커져만 가고 있었다.


『언니 갠찮아? 얼굴이 빨개.』

“으, 으응, 괘, 괘, 괜찮아.”

『언니 말 더듬어.』


소미에게 정곡을 찔리자 얼굴로 열기가 확 몰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더 이상 말을 해봤자 자폭행렬일 것 같은 기분에서였다.


‘지영아, 너 우진이 좋아해?’

‘그럴 리가 없잖아!!’


수미의 말에 강하게 부정하며 씩씩 거렸던 것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피규어’ 상태일 때, 그것도 최근 들어서 우진이의 근처에 있으면 시작되는 그 두근거림이 더욱 자주, 빈번하게 일어날수록 나는 그것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어져가고 있었다.


대체 뭐야 그 두근거림은?! 정말 짜증나 죽겠네―!

이 반응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지 않으면…!!


『자, 여기 자 가져왔어. 똑바로 서봐.』


똑바로 차렷 자세를 한 채, 우진의 손이 다가오는 것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서서히 머리위로 다가오는 우진의 손과 반투명한 플라스틱 자, 가슴속에서 들려오는 두근거림이 점점 강해진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얼굴로 몰려오는 열기와 가슴이 아파올 정도로 요동치는 두근거림이, 결국 그 손을 보지 못하고 눈을 딱 감는 그 순간, 딱- 하고 멈춰버렸다.


『18.3 센티미터. 어, 진짜로 컸네. 4밀리 컸어.』

『와아! 언니도 키 컸다!!』

“…에엑?”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진을 올려다보았다.

아직 얼굴의 열기는 가시지 않았건만, 가슴의 두근거림은 어느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쥐죽은 듯 조용할 뿐이었다.


『응? 왜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어있어?』

“아, 아니. 그건 아닌데- 에에….”


나는 자를 잡고 있는 우진의 손을 잡고 그에게 시선을 보내자, 대충 의미를 알아챘는지 자를 잡고 있던 손을 놓는 우진의 손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의 손 위에서 쪼그려 앉아 커다란 엄지손가락에 뺨을 대고 비비적거려 보았다.


『응? 응?! 뭐, 뭐하는 거야?』

“잠깐, 잠깐 가만히 있어봐.”


나도 민망한 거 알아, 그래도 이상하단 말이야.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는 가운데, 나는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는 가슴을 그의 손에 대어본다.


『으, 으아앗!?』

“으캬앗!!”


공중에서 두 번을 회전한 뒤 멋지게 바닥에 구르며, 머리부터 착지해 버렸다.

뭔가 우직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난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날 떨어트린 당사자인 우진은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왜인지 내 시선을 회피한다.


『아아-! 오빠 언니 떨어트렸다!! 오빠 바보!!』

『미, 미안!! 미안….』

“소, 소미야, 난 괜찮으니까. 걱정 말 고.”


의외로 내가 그냥 너머가 주자, 눈을 동그랗게 뜨던 우진이는 이내 자신의 뺨을 긁으며 알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아픈 곳이 어서 나으라는 듯, 쓰다듬어주기 시작하는것이다.

아, 그거, 기분 좋아. 계속해줘.


『딱 4밀리 컸네. 처음 만들었을 때 사이즈는 딱 17.9센티미터였는데….』

“아, 우, 머리 계속 쓰다듬어줘…. 우우-”


이런 기분 참 오랜만이다.

엄마 무릎에 누워있을 때 엄마가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의 그때 그 기분이야-!


한동안 그 이상한 두근거림 때문에 우진이 근처에 오기만 해도 으르렁거리던 내가 갑자기 행동이 돌변하자 어색함을 느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우진. 


어쨌든 머리의 통증이 가라앉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쩐지 아쉬워하는 우진의 손을 찰싹 때려주고 그 위로 올라가 소리쳤다.


“좋았어!! 목표는 19 센티미터다!!”


소미도 덩달아서 폴짝 뛰며 좋아한다.


『와아-! 소미도 111 센티에서 112센티 될 꺼야!!』

『저기 소미야, 넌 네 사이즈를 좀 생각해서 목표를 크게 잡으면 안 될까….』


‘왜애-? 1센티는 안 되는 거야?’라는 소미의 질문에

‘그건 아닌데 좀 쪼잔해 보이잖아.’라고 대답하는 정우진.

그래, 소미야. 생각해보니까 넌 한 20센티를 목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소미는 15센티!!』


‘뭐야 그 어중간한 사이즈는…’이라고 중얼거리는 우진이의 꿈이라곤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는 말은 일단 무시하고, 나는 소미의 말에 장단을 맞춰서 흥을 돋궈줬다.


“그래! 소미야! 많이 먹고 쑥쑥 크는 거야!! 한 30센티 정도!!”

『응! 많이많이 먹고 오빠보다 커야지!!』

『저기, 그건 좀 곤란한데….』


화, 확실히 소미야, 그렇게 커버리는 건 오히려 좋지 않아, 우진이가 180이 넘는데, 우진이보다 더 커버리면….

우진의 반응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질문공세를 퍼붓는 소미의 모습에, 나는 어린 동생에게 어려운 것을 설명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배웠다.


어쨌든, 그 둘을 보며, 나는 갑작스럽게 가라앉은 두근거림과 이상한 기분이 내가 예상하는 ‘매우 좋지 않은 방향의 그것’ 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우진이 따위를 짝사랑하는 일은 없다.

있을 수도 없고, 그런 일은 나 자신이 용납 할 수 없다.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자꾸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어째서 내 가슴이, 어느 순간 갑자기 멋대로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거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나. 는. 정. 우. 진. 을. 짝. 사. 랑. 하. 는. 게. 아. 니. 란. 것. !





“아, 아아―! 아 이 씨―!! 짜증나―!!”


아침부터 일어나자마자 침대 시트를 붉게 물들이고 내 성질을 건드리는 이 검붉은 액체.

그것은 다름 아닌 ‘생리’였다.


아직 내 생리주기를 제대로 외우지 못한 나는 예상치 못한 생리가 찾아옴에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하암, 지영아 무슨 일이야….”

“어, 엄마…나…나아아….”


하품을 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는 내 울상인 얼굴을 보고, 그 뒤에는 엉망인 내 속옷과 시트를 번갈아서 쳐다본다.


“헤에~ 지영이 생리하는 구나.”

“어, 어으으…아우우….”


자존심이 마구 구겨져서 울먹이며 채 말을 끝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 볼에 공기를 빵빵하게 부풀리고, 터지기 직전인 웃음을 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 웃지 마!! 뭐가 웃기다고 웃는 거야!!”

“너 다섯 살 때 오줌 싼 게 생각나서 말이야.”


아니 그게 지금 왜 생각나 이 아줌마야!!

버럭 성질은 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직 경험미숙(?)인 나는 그 자리에서 어쩔 줄 몰라서 두 팔만 파닥파닥 거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난리법석에 눈을 뜬 것인지 부스스한 얼굴로 내방 문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누나가 들어와 한마디를 한다.


“엄마, 꼭 병아리 똥 치우는 거 같아.”

“으아악!! 누나아아---!!”

“언니라고 부르라니깐.”


어떻게 동생의 생리를 병아리 똥 치우는 거랑 비교 하냐고!! 이 썩을 누나야!!

잠이 덜 깬 누나는 반쯤 시체인 상태 주제에, 언제 사다놓은 것인지 모를 생리대를, 내 책상서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며 내 손에 쥐어주고 화장실로 떠밀었다.


“하암- 그건 니가 알아서 해.”

“알아서 할 거야!!”


쾅! 하고 화장실 문을 닫았다.

그렇게 막상 성질을 내고 변기위에 앉기는 앉았는데, 근데 이거 어떻게 쓰는 거더라…?


“아아악 짜증나--!!”


내 인생은 왜 이리도 꼬인 거야-?!


이렇게 이차저차해서 그렇게 아침의 소동은 사건은 일단락…………….

…될듯 했지만, 이 일로 인해서 학교에서 피곤한 일을 겪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아, 어지러워….”

“아, 너 그날이구나.”


파리해진 얼굴에 비실거리는 몸으로 책상위에서 연채동물 흉내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는 내 모습에 짝꿍인 연지가 책을 읽던 도중 이쪽을 보며 걱정을 해준다.


“많이 아파?”

“에헤헤, 아, 아냐…조금…, 빈혈….”

『김지여어어어어엉-----------!!』

“…이 날 리가 없잖아!!!”


-퍼어억--!!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B반에 사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인물 S가 내 팔뚝에 크로스라인을 당하며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물론 이 인물은 내가 알지 못하는 인물로서, 니킥을 먹고 나 에게 첫눈에 반했다느니 헛소리를 하는, 정말로 내가 모르는 인물이다.


일순간의 분노로, 몸의 상태는 생각도 안하고 일어서 카운터를 날리는 바람에, 속이 울렁거리는 어지럼증과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경험하며 다시 내 자리에 엎어져 버리자, 쌍코피를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머저리의 얼굴이 책상 밑에서 떠올랐다.


“우후후, 지영이는 솜 주먹 주제에 어찌 이리도 과격한 걸까.”

“하아, 하아, 아…미치겠네, 시, 신철호, 하아, 나, 지금 컨디션…무지 안…좋거든? 제발…나… 좀 내버려뒀으면…좋겠거든?”

“아, 혹시 그날ㅇ…꾸악!!.”

-빠각, 투우우웅-!!


언제 왔는지, 홀연히 나타나 나 대신 철권을 날려주는 유진,

그녀의 한방의 펀치에, 철호는 공중에서 그대로 좌삼삼 회전해서 날아가 책상에 들이받으며 우삼삼으로 굴러 들어와, 인간으로도 부메랑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저거 죽은 거 아냐?


“커헉, 켁…바, 방금 전의 펀치…덕분에 조상님 영접할 뻔 했다….”


아니 넌 그냥 일찍 가는 게 조상님한테 효도 하는 거 같아.

부들부들 떨면서도 용케 조상님 영접을 그만두고 돌아온 건지, 철호가 한쪽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한쪽이 푸르뎅뎅해진 입술로 중얼거리자, 싸늘한 표정으로 유진이 입을 열었다.


“신 철호, 너 고등학교 오면서 애가 왜 그래?”

“뭐, 뭐, 무슨 소리십니까 누님!!”


그녀의 입이 열리기가 무섭게 번개같이 유진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는 철호.


유진이 쟤 중학교 때만 해도 애가 저렇게 터프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내가 아직도 남자였다면 철호랑 별반 다를 것 없이 쟤 앞에서 나란히 무릎 꿇고 ‘마님 누님 주인님’ 만세삼창을 했을 거 같다.


“너 니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

“아, 아, 모르겠…아!! 지금 알았습니다!!”


방실방실 웃으며 주먹을 드는 유진이의 모습에 사시나무처럼 떨더니,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떠올렸다며 나에게 꾸벅 사죄를 하고는 서둘러서 교실 밖으로 사라진다.


기왕이면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교실 책상들 좀 제대로 돌려놓고 가지….


“괜찮니?”

“아, 으응…첫째 날인데도 엄청 힘들어….”


세상의 색을 모두 없애고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회색만 남기면 바로 내 눈앞이랑 똑같이 보일 것이다.


“토할거 같아….”

“첫째 날인데도 그렇게 힘들면 너 내일 학교 양호실 행이겠다. 나는 오늘 둘째 날이라 컨디션 최악인데, 오늘따라 철호 쟤 되게 눈치 없게 노네.”

“아, 아하하….”


여기저기 걱정해주고는 진통제까지 주는 유진이의 친절함에 감동마저 받아버렸다.

전에는 그냥 오지랖 넓은 짜증나는 지지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천사이며 구세주다.


by Sourjelly | 2009/07/04 09:32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0)

티아☆푸딩케잌 하우스! #9

 

#9


“저기…괜찮다면, 자.”

“아, 고, 고, 고맙….”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혀가 꼬여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얼떨결에 우진이 내밀어준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서기는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마구 뒤엉켜버린 것이다.


대체 어째서 저자식이 나랑 같은 학교에 있는 거야?!

아,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까 남학생들 교복이 어쩐지 눈에 익다 했어!!

평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저자식이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거였던 거야!!


순간적인 패닉에서 벗어나 우진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어버버’ 하는 사이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이 자식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서 복도를 쭉 걸어가는 중, 익숙해 보이는 목소리와 얼굴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이고 있었다.


“유진아-!! 나 너랑 같은 반이야!!”

“캬아! 진희야!! 아 진짜 운 좋다!!”

“야, 철호야? 여기 학교 물 한번 끝내준다?”

“진수 이 새끼, 너도 이 학교로 온 거냐….”


식은땀이 흐르며, 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을 정도로 긴장됐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놈들만 벌써 다섯은 본 것 같다.


왜 다들 이 학교로 입학하고 난리야? 이것들은!!


“저기, 어서 너, 네 반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에? 아, 예, 예!”


언제 종이 친 것인지 몰라도, 사실상 내 반인 E반의 문 앞에 서있던 나는, 종소리와 함께 옆에서 서있던 다른 아이의 말에 서둘러 교실로 들어왔다.


“뭐….”


더불어 교실 한구석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정우진’의 모습에 경악한다.

황당해서 할 말을 잃은 가운데, 내 첫 고등학교 입학식이 시작되었다.


“…라고 말이야, 누나, 정말 나 괜찮을까?”

“‘언니’라고 불러. 그리고 푸훗!”


입학식에서 나를 짓누르는 무게와 불안함을 누나에게 털어놓자마자, 누나의 얼굴은 진지하게 들어주려고 하던 표정에서 평소의 재수 없는 누나의 표정이 되어버렸다.

‘아, 정말, 조금은 위험한 걸지도.’라고 중얼거리는 누나는, 이내 손거울을 들고 내 앞으로 가져와 그것을 보여준다.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학교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온 나의 처참한 얼굴이 거울에 그대로 비춰지고 있었다.


“자, 얼굴을 봐. 어떤 생각이 들어?”

“머리가 긴 징그러운 남자새끼 하나.”

“흐응, 그래?”


‘난 네 얼굴이 그다지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등등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하지만 의미를 알아들으면 왠지 내가 질 것 같은 말을 하는 누나는, 방안으로 돌아가서, 내 중학교 졸업앨범과 자신의 옛날 얼굴사진을 가져오며 나에게 보여줬다.


“자, 이거. 분명 작년 여름에 찍은 네 얼굴일거야.”

“아, 그거. 그게 뭐?”

“여기 내 중학교 3학년 얼굴사진이랑 비교해볼까?”


졸지에 누나의 중3 사진과 나란히 세워진 내 사진은 머리카락의 길이와 속눈썹, 그리고 눈썹 의 두께와 길이 등을 제외하면 얼굴형에서 별반 차이가 없…응?


“엑? 자, 잠깐. 이거 진짜 누나 중3때 얼굴이야?”

“그럴 줄 알았어. 평생 거울한번 안보는 남자들 같이 살아왔으니까, 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몰랐을 거 아냐.”


순간 나는 가끔 철호가 장난삼아 ‘니 축제 때 여장가수 나가라’라거나, 평소에 내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길면 ‘니 여자 같다’라는 식으로 내 성질을 건드리는 장난을 걸어 왓 던 사실이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그 말 진심이었던 거냐?! 신철호!!


하지만 다른 식으로 생각하면 철호를 제외하고는 내 얼굴형에 그 닥 관심을 가지는 녀석이 없었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게 따지면 신철호, 이 자식은 게이가 분명하다.


“내 방으로 가자, 그 엉망진창인 머리부터 정리해야 할 거 아냐.”


방글방글 웃으며 빗으로 머리를 빗어주는 시늉을 하는 누나.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매우 불안한 감정에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 ………………그 다음엔 뭘 할 건데?”

“화장 배워야지, 들킬까봐 겁난다며?”


화장이 무슨 변장술이냐?!

나는 누나의 제의를 단칼에 거절하고 누나에게 잡히지 않게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가 숨어버렸다.





평소와 같이 저녁시간 즈음, 잠이 들어 우진의 집으로 날아왔을 때, 다들 어디로 간 것인지 평소와는 달리 아무런 소음도 들을 수 없는 적막감에 이상함을 느꼈다.


“『언니이-!』…라고 불러줄 소미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잠에서 깨어나 인형 집에서 나온 뒤로 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방학동안 와글와글했던 이곳이, 평소와는 달리 지나치게 조용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차라리 날 주머니에 넣고 데려가지 왜 놓고 간 거야-라고 화를 내 보기도 했지만, 그러고 보면 입학식 날, 내 ‘피규어몸’을 데리고 온 우진의 모습이 생각나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본래 몸’에 있었으니까, 새 고등학교를 구경시켜주고 싶었을 우진에게는 굉장한 유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뭐, 오늘 이 일로 셈셈이가 된 것 치지 뭐.


“‘소미 병원 데려다 주고 올 게 혼자서 집 잘 지켜’…라, 결국 나 혼자 집에 있는 거네.”


분명 나를 위해 미리 준비해 놓았을 아직 물기를 머금은 초코푸딩이, 책상위에서 작은 접시에 놓여 있었다. 물론 내 하체만한 이 푸딩을 내가 다 먹는다는 것은 무리지만―.


평소에 소미와 함께 먹던 푸딩이건만,

평소와는 달리 입맛이 없는 나는 가만히 푸딩을 바라보았다.


손으로 건드리자, 티이잉- 하고 흔들린다.


“쓸쓸한 거야?”


나도 모르게 거울 대신 빛을 반사하며 일렁이는 푸딩을 향해 질문하며 웃고 있었다.


TV도 건드려보고, RC카도 건드려보고, 최근에 우진이 깎은 일반조각상이나, 나를 꼭 닮은 피규어라든가 인형들을 건드려보기도 하고….


하지만 역시 재미없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뒹굴 거리던 중, 나는 시계를 쳐다보고는 이내 몇 번이고 다시 시계를 쳐다본다.


평소에는 해보지도 않았던 집안을 마구 뛰어다니기라든지, 바닥을 굴러다닌다든지, 인형 옷들을 모아놓고 하나하나 입어본다든지 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무언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 가슴속의 한쪽이 뻥 뚤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녀왔어, 어? 푸딩 안 먹은 거야?』

“너무 많아, 이 바보야.”


잠들어있는 소미를 안고 들어오는 우진에게,

나는 괜한 심통을 부리며 그의 발을 걷어찼다.





“지영아, 화장한번 배워보지 않을래?”

“…됐거든요?”


어쩐지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게 만드는 화장품들을 들고 방실방실 웃으며 문 앞에 서있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문을 닫아ㅈ…려고 했지만, 어쩐지 완강하게 문고리를 잡고 있는 누나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지영아, 언니가 말로 할 때 배우지 않으련?”

“물감은 그림판에, 화장은 자기얼굴에.”


안 돼! 절대 사양이다!! 들어오지 마! 이 마귀할멈!!

자기얼굴이라는 훌륭한 캔버스가 있는데 굳이 남의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건 실례라고!


낑낑거리며 문을 닫으려고 했건만, 어떻게 된 것인지 오히려 화장품을 들고 있는 누나가 밀고 들어온다.


“아니, 헤헤, 그러니까, 화. 장. 하. 는. 법을 가르쳐준다니까?”

“싫어. 언니(누나)는 단지 내 얼굴에 분칠을 해보고 싶을 뿐이잖아.”

“얘가 눈치는 한번 빨라가지고”


방실방실 웃으며 내 손목을 붙잡고 침대로 밀어붙이는 누나.


“이, 이익-!! 이년아 저리가! 켁! 켁!!”

“우후후, 어디까지 반항하나 볼까?”


꾸욱 하고 체중을 실어서 찍어 누르는 누나.

언제부터 이렇게 힘이 장사였던 거냐?! 나 죽어!! 나 죽는다고!!

동네사람들!! 나 좀 살려주소!! 나 누나한테 깔려서 죽는다고!!


“사, 살려줘!! 무거워!! 숨 못 쉬― 히이, 히이-!!”

“얌전히 따라 올 꺼야 말 꺼야.”

“히, 히에-! 가, 갈께!! 이익! 놔, 놔줘-!!”


누나의 찍어 누르는 힘과 체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실신하기 직전에 결국 저항이고 뭐고 다 포기한 심정으로 자포자기해서 항복을 선언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나보다.


“따라와, 내 방에서 도구를 전부 써야 예쁘게 화장하지.”

“멋대로 오해해서 자기 화장품 쓴다고 변태취급 할 때는 언제고…”

“그때는 그때고, 왜, 또 힘겨루기 한번 해볼까?”


가, 갈께요 깔께요!! 그러니까 좀 잡아당기지 맛-!!


강제로 누나의 방으로 질질 끌려가 머리를 정리하고 뒤로 넘겨 고정시킨다.

내 두 뺨을 잡고 부드럽게 문지르며 피부를 만져보던 누나는, 이내 화장 솜을 들고 스킨을 발라준다.


“으, 기분 이상해.”

“? 어떻게 이상한데 ?”

“기분 좋다면 좋다고 해야 할까, 싫다면 싫다고 해야 할까―아리송한 느낌이야.”


마사지를 받을 때의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누나는 스킨을 바른 뒤에 즉시 로션을 꺼내 이마와 양 쪽 눈 밑, 그리고 코 주위와 아래턱에 찍듯 발라서 얼굴 전체에 문지르듯 발라주며 말했다.


“익숙해져야 해. 여자의 무기니까.”

“이제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이거 기분 좋다.”

“쿡쿡, 그럼 잘 됐네. 좋아해서 나쁠 거 하나 없으니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화장이건만, 묘한 느낌과 함께 즐기는 기분이 되었다.

누나의 방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거울에 비치는 나는 이 감각을 즐기듯, 웃고 있었다.


“그냥 앞으로도 누나가 계속 발라주면 안될까. 귀찮아-.”

“그건 안 되지요 동생님. 자꾸 까불면 이상하게 가르쳐 줄 꺼다.”


별로 이상하게 배우고 싶지 않다던가 하는 건 아닌데 말이야, 난 단지 누군가 내 얼굴을 만져준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건지 몰랐을 뿐이라고.

아, 그리고 누나가 ‘그리고 언니라니까’라고 중얼거린 거 같기도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 심심할 때 가끔 해줘.”

“풉, 싫다고 문 잠그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럴까?”


어느새 파운데이션까지 발라주던 누나는, 이내 컨실러를 꺼내들다가 도로 집어넣고는 말했다.


“넌 뭐, 엄마 닮아서 피부가 워낙 좋으니까 컨실러는 필요 없겠지?”

“나야 뭐, 과정 중 하나라도 줄어들면 좋지.”


내가 직접 말해놓고도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는 분간이 가지 않지만.

결국 누나는 스틱파운데이션까지 꺼내며 얼굴형태 보정이란 것을 열심히 해주더니, 쉐도우와 파우더 작업까지 끝마친 뒤에는 쓸데없는 소리를 진지하게 말해준다.


“여기까지 왔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왜 화장을 해야 하는지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거울을 가리키는 누나.

거울에는 상당히 달라 보이는 외형의 내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직 디테일한 화장은 하지 않았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라고 말하는 누나의 말에 “여기서 더 달라질 수 있단 말이야?”라고 경악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면 1회용 성형수술이라는 수준이다.


화장품이란 일시적으로 상대를 교란시키는 대단한 무기였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지영아, 너 우진이 좋아해?”

- 흠짓?!


점심시간, 결국 남자가 아닌 여자아이들과 옹기종기 모여들어서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까먹게 된 것도 불만인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어께가 들썩일 정도로 놀라서 질문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 수미야? 바, 방금 뭐, 뭐라고 해, 해, 했니?”

“갑자기 왜 말을 더듬고 그래?

-딸꾹!!


아, 안 돼, 이러면 애들이 오해한다.

진정하자, 이런 반응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킨ㄷ….


“흐응~ 정곡을 찔렀나 보네.”


화장과 영양실조와 헤어스타일의 삼위일체 덕분인지 이쪽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유진이가 넘겨짚자, 다른 아이들마저 고개를 끄덕이며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을 한다.


“자, 잠깐.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헤에~ 지영이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운데~?”

“아, 아니야!”


“그치만 지영이 너, 늘 우진이만 보고 있잖아, 수업시간에나 쉬는 시간에나 하다못해 조금 전까지도….”

“그런 적 없어!!”


내가 언제 그랬다고 말을 만들어내는 거야?! 조금 전에는 우진이 갑자기 이자식이 벌떡 일어나서 어디론가 가버리니까 궁금해서 쳐다본 거뿐이라고!!


“분명 착각이겠지! 내가 왜 쟤를 좋아해야 하는 건데?”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잖아. 너 엄청 부정적이다?”


“에, 그러고 보니까 지영이, 우진이랑 같은 학교에서 왔나?”


떠들썩한 그룹 속에서 홀로 조용하던 다혜가 ‘같은 학교 나온 친구사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하며 유진이를 쳐다보자, 유진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한다.


“아닐 걸, 나 우진이랑 같은 학교 나왔는데 졸업 앨범에 지영이는 없었어.”


‘보통 같은 학교 친구면 졸업앨범에 나올거 아냐?’라며 나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추궁하는 연유진. 어째서 나한테 증거를 요구하는 거야?!


“짝사랑이구나.”

“아, 아니 진짜 아니라니깐?!”


전력으로 부정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하루아침에 바보 멍텅구리 정우진을 짝사랑하는 소녀 A로 낙인찍혀버린 것이다.


“아냐아---아!!”


전력으로 여성그룹을 이탈해 도주한다. 피난처는? 여자 화장실.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거기 처박혀서 나오지 않을 테다.


다들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 아무도 없는 복도를 전력 질주하는 나.

아, 하는 순간 현기증과 함께 한순간 다리가 꼬여서 그대로 바닥을 향해 돌진한다.


“아우우아우아!$*(@@^(#(!!”


비명을 지르며 반짝거리는 대리석 바닥에 키스를 하기 직전,

순식간에 비틀거리는 내 상체를 잡아주는 구원의 손길.


아슬아슬하게 첫 키스를 대리석과 하는 것을 모면하며 일어서려는 순간,
이상하게 익숙하고, 또 느끼하다고 생각되는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괜찮니?”

“아, 고마워. 난 괜찮……………아악!!”


나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토할 것 같이 느끼한 표정을 한 철호의 복부에 화려한 니킥을 먹여줬다.


by Sourjelly | 2009/07/03 23:29 | [소설]Tia☆PCH | 트랙백 | 덧글(0)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